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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문어·오징어는 되고, 가자미·농어는 안 되는 까닭은…

등록 2013-09-26 20:04수정 2013-09-27 20:29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우려 속
어민들 조업 시험 재개

오염 가능성 낮은 16개 종만…
90%는 다시 바다에 던져

어민들 “소비자 불안 잘 알아”
검사 대상 늘려야 신뢰 회복 가능
25일 새벽 2시. 오랫동안 정적에 빠져 있던 일본 후쿠시마현 북부 해안의 마쓰가와우라항에 활기가 돌아왔다. 어민들은 이날 새벽부터 배에 불을 밝히고, 조업에 필요한 어구를 챙기는 등 출어 준비에 한창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문제로 한동안 중단된 시험 조업이 재개되는 날이다.

이곳 어민 미하루 도시히로(54)도 자신의 19t급 저인망 어선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오랜만의 조업에 들뜬 듯 “어부는 역시 고기를 잡아야 해”라고 말했다. 이날 미하루가 속한 소마 후타바 어업조합에서 시범 조업에 참가한 배는 21척이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어민들을 태운 배는 오전 5시께 해안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조업 구역에 도착했다. 서둘러 닻을 내리고 두시간 만에 건져 올린 그물에는 후쿠시마 앞바다의 풍요로움을 드러내듯 각종 생선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잡은 생선들을 모두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방사능이 검출된 적이 없는 문어·오징어·털게 등 16개 어종만을 시험 조업 대상으로 삼은 탓이다. 16개 어종에 속하지 않은 다른 물고기들은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미하루의 동생 유키히데(50)와 장남 유타(27)가 그물 옆에 붙어 선별 작업을 시작했다. 미하루는 “지진 전에는 가자미가 비싸게 팔렸지만, 이젠 잡을 수 없다. 잡은 물고기를 다시 바다에 던져 넣는 어부의 마음을 아느냐”고 물었다. 미하루는 이날 2.5t의 생선을 잡았지만 실제 출하가 가능한 것은 10분의 1인 250㎏뿐이었다.

어민들이 문어는 잡을 수 있지만, 가자미는 못 잡는 것은 현재 후쿠시마 앞바다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도쿄신문>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따서 “바닷물은 원전 사고 전의 상태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지만 방사능 물질이 가라앉은 바닥의 상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주로 바닥에 붙어 서식하는 가자미류, 암초 지역에 사는 볼락,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어 몸속에 방사능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큰 농어 등의 출하는 엄격히 금지된다.

한국에서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노량진 수산시장의 판매고가 급감하는 등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충격을 직접 받아내야 하는 일본 어민들의 고통은 심각하다.

후쿠시마현에서 3대째 어부로 살아온 미하루는 아들도 가업을 잇게 하려고 몇년 전 1억5000엔(16억2000만원)을 들여 새로 배를 만들었다. 그러나 얼마 뒤 원전 사고가 터져 제대로 조업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2년 반째 이어지고 있다. 오염 정도가 심해 시험 조업을 엄두도 못내는 지역도 있다. 일본 정부의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산 생선 가운데 방사능 물질의 식품 기준치(1㎏당 100베크렐)를 넘는 것은 약 3% 정도(일본 평균 0.4%)로 파악되고 있다.

미하루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잘 안다. 방사능이 조금이라도 검출된다면 나도 손자들에게 생선을 먹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현재 방사능 검사 대상이 세슘에 한정돼 스트론튬 등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다른 물질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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