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진 일본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의 지원을 받아 승리한 마스조에 요이치 후보가 도쿄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지지자들한테서 받은 축하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왼쪽 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연대해 탈핵 공약을 내걸고 이번 선거에 나선 호소카와 모리히토 전 총리가 9일 선거 패배 뒤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도쿄/AFP 연합뉴스
올여름 재개 목표로 9개 심사중
‘원전중시’ 에너지계획 이달 확정
여론은 ‘원전유지’ 여전히 부정적
탈핵 지자체장들 연대도 활발
아베 무리한 추진땐 역풍 일수도
‘원전중시’ 에너지계획 이달 확정
여론은 ‘원전유지’ 여전히 부정적
탈핵 지자체장들 연대도 활발
아베 무리한 추진땐 역풍 일수도
9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 지사 선거는 취임 1년을 넘긴 아베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고전이 예상되던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압승을 거둬 바라던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선거가 끝난 뒤, 일본 정부가 이달 말 확정할 것으로 보이는 ‘에너지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초 아베 정권은 지난달 “원전은 (일본 전력 수요의) 기반이 되는 기본적 에너지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는데, 호소카와-고이즈미 전 총리의 ‘탈핵 연대’가 출범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를 보류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도쿄의 민심이 호소카와-고이즈미 전 총리가 주장한 ‘즉시 탈핵’에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돼 기존 안을 크게 바꾸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을 지탱하는 책임있는 에너지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며 원전 중시 정책을 시사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부-여당 내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요청도 있어 일정을 정해두고 있진 않다”고 여운을 뒀다.
중지 상태인 원전의 재가동 시점도 초점이다. 도쿄전력 등 일본의 전력회사들은 원전을 조속히 재가동한다는 아베 정권의 방침에 따라 원자력규제위원회에 9개 원전 16개 원자로의 안전 심사를 신청해 놓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 가운데 시코쿠전력의 이카타 원전 등 10여개 원자로의 심사가 4월께 끝나면, 올여름께 재가동이 이뤄지리라 내다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원전이 위치한 현(한국의 광역자치단체)의 양해가 필요해 국가가 (지자체의) 방재 대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추진중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과 교육제도 개혁 등의 정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정권의 원전 정책에 반대 의견은 53.3%로, 찬성(39.6%)보다 많다고 <도쿄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앞선 것으로 나온다. 도쿄 시민들이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즉시 탈핵’ 주장엔 동의하지 않았지만 ‘원전 유지에도 찬성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자민당 안에서도 원전 수출이나 수조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실용화 전망이 보이지 않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 등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다른 변수는 사쿠라이 가쓰노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장 등 탈핵을 주장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2012년 5월 ‘탈원전을 지향하는 지자체장 회의’를 만들어 탈핵 정책에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의에 참여한 지자체장은 39개 도도부현의 93명(전직 23명 포함)에 이른다. 원전은 도쿄 등 대도시가 아닌 인구가 적은 지방에 있어, 지역에서 반대 의견이 더 높은 편이다.
탈핵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다음 정치 일정은 야마구치현(23일·원전 계획 중)과 이시카와현(3월16일·시카원전이 있음)의 지사 선거다. 일본 언론들은 두 현 모두에서 탈핵을 주장하는 후보들이 출마 의사를 밝혀 다시 한번 원전 문제가 쟁점이 될 듯하다고 짚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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