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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평범한 2층 건물 들어가니…일본 우주항공 산업 ‘심장’

등록 2014-02-13 21:18

일본 나고야의 도비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로켓 공장에서 지난 7일 이 회사 직원들이 H-2A 로켓의 1단로켓과 2단로켓 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 나고야의 도비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로켓 공장에서 지난 7일 이 회사 직원들이 H-2A 로켓의 1단로켓과 2단로켓 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 쏙] 미쓰비시중공업 로켓공장을 가다
일본 제조업의 힘을 보여주는 공장과 수출 시설들이 즐비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항구 옆 도비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제2공장. 겉보기엔 평범한 2층짜리 이 공장은 일본 우주항공 산업의 최전선이다. 이곳에선 세계 최첨단의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액체수소 로켓 H-2A와 H-2B가 생산된다. H-2A 로켓은 2012년 한국의 아리랑 3호 위성을 발사한 일본의 주력 로켓이다. H-2B는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보내는 데 쓰인다.

전투기·전함 만들던 방위산업체
1970년대 액체연료 로켓 뛰어들어
엔진 부품 역수출할 정도로 성장

커지는 상업위성 발사체 시장 노려
1기로 여러 위성 쏘아올릴 전략 세워
아베정권 들어 ‘군사적 이용’에 눈독
대륙간미사일·MD강화 예산 늘려


좀처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 공장의 문이 지난 7일 한국 취재진에게 열렸다. 방진복을 입은 뒤 먼지를 모두 털어내는 에어샤워까지 거쳐 들어선 폭 30m, 길이 100m의 공장 안에는 H-2A 로켓의 1단로켓(길이 57m)과 2단로켓(길이 11m)이 육중한 몸체를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금까지 50기가 넘는 로켓을 발사했는데, 실패는 3번뿐이었다. 2001년 첫 발사에 성공한 H-2로켓은 총 27기 발사 중 단 한 기를 빼곤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성공률이 95.5%다. H2로켓에는 100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미쓰비시중공업과 300여개 협력업체가 거의 100% 자체 생산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아사다 쇼이치로 우주사업부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우주항공산업 분야에서 로켓 엔진과 기체 제작, 발사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곳은 우리뿐이었다. 최근 미국의 스페이스X가 이런 능력을 갖췄지만, 우리는 스페이스X에는 없는 로켓 발사장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884년 창업한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최대 방위산업 기업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엔 일본 해군의 주력 함재기인 제로센과 전함 무사시를 만들었다. 조선인들을 징용해 군수산업에 동원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항공우주 개발에 본격 뛰어든 이후에도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아사다 부장은 “로켓이나 위성 개발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로켓 개발 단계에서는 정부가 100% 예산을 지원한다. 회사 전체 매출(연 2조엔 규모)에서 우주개발 매출은 약 2%에 불과하지만, 우주개발은 국가의 사업이라는 대의명분과 기술 진보 등의 측면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화려한 우주 개발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긴 했지만, 일본은 우주강국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로켓 개발을 시작한 일본은 초기에 미국의 델타 로켓 기술을 도입해 액체로켓을 개발했지만, 현재는 로켓 엔진 부품을 미국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 액체수소 로켓 외에도 세계 최대의 고체연료 발사 로켓 , 무인 랑데부 도킹 기술, 첨단 기술 위성, 달과 화성 소형 탐사기 발사 등 첨단 우주기술을 쌓아왔다. 러시아 로켓 기술에 의존해 지난해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고, 2020년 6월까지 한국 독자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 한국에 비해 수십년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일본 우주산업이 공을 들이는 분야는 세계 상업위성 발사 시장에서 좀더 큰 몫을 확보하는 일이다.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기상관측 관련 위성 발사가 늘면서, 2011년 세계 우주산업 매출액은 3043억1000만달러로 2011년 2853억3000만달러보다 6.7% 성장했다. 미국 위성산업협회(SIA) 보고서를 보면, 2012년 위성산업 시장 총 매출액은 2011년보다 7% 증가한 1895억달러였다. 위성 발사 산업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35% 늘었다.

전세계 위성 보유국은 30~40개국인데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을 가진 나라는 미국·중국·유럽·일본·인도 정도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유럽 로켓이 발사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 왔는데, 2002년 설립된 미국의 스페이스X가 뛰어들면서 저가형 발사체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스페이스X 등의 미국 민간 우주벤처 기업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주를 받아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나르는 임무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중국도 그동안 자국 위성 위주로 발사하던 로켓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 로켓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제작과 발사 비용이 너무 비싼 H-2A의 단점을 극복한 H3 로켓을 개발해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미쓰비시의 아사다 부장은 “H-2A 로켓은 가격이 높아 국제시장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새로 개발하는 로켓에서는 우주용 컴퓨터 대신 자동차용 컴퓨터를 활용하는 식으로 상용화된 일반 부품을 많이 사용해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는 또 로켓 1기에 여러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실어 각각의 위성을 정확한 궤도에 올리는 식으로 비용을 낮추는 ‘택배’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로켓 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빨리, 싸게, 정확하게 위성을 우주로 배달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주기술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대국화란 두 갈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H-2 같은 액체수소 로켓은 군사적으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체로켓 개발이나 미사일 방어체제 강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우주산업은 주로 로켓, 위성 기술, 국제우주정거장 참가 등 평화적인 성격이 강조되어 왔다. 2차대전 패전국으로서 한동안 항공기 연구가 금지되는 등 제한을 받았고, 1969년 우주개발을 담당할 우주개발사업단을 설치할 때 일본 국회는 ‘우주의 평화 이용 원칙’을 결의해 우주개발을 평화 목적에 한정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2008년 제정된 우주기본법에서는 ‘일본의 안전보장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군사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문부과학성이 맡아온 우주개발 임무는 내각부 내 우주전략부서가 담당하게 됐다. 2012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법을 개정해 이 기구의 활동 목적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정상국가’를 내걸고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려는 아베 정권의 등장 이후 우주개발에서도 군사적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고체로켓 분야에서도 이미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14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자체 개발한 신형 고체연료 로켓 엡실론 1호 발사에 성공했다. 엡실론에 쓰인 고체연료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과 동일하다. 일본의 고체로켓 발사는 약 7년 만이었다.

일본은 2014년 방위예산안에서 우주 관련 경비로 544억엔(약 5530억원)을 배정했다. 특히 미사일방어(MD) 체제 강화 의도가 두드러진다. 방위예산안에서 탄도미사일 방어 관련 경비로 598억엔을 별도로 배정했다. 일본은 예산안 제출의 주요 사항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에 따라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미사일을 미사일 방어 구축의 명분으로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적외선 센서 개발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2014 회계연도 예산안에 일단 5000만엔을 반영했다고 지난달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염을 탐지하는 적외선 센서는 미사일방어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이를 개발하면 일본 독자적으로 북한이나 중국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나고야/글·사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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