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결과 단독과반 넘는 300석 예상
11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둬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자민당은 독자적 집권이 가능한 단독과반(241석 이상)을 훨씬 웃도는 300석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어서 일본 정국에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개표 결과 자민당은 밤 12시 현재 전체 480석(소선거구 300, 비례대표 180)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0여석을 얻었다.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한 것은 1990년 이후 15년 만이다. 일본 방송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자민당 의석은 304~309석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선거 공고 전 의석인 212석보다 90석쯤 늘어난 것으로, 지금까지 얻은 최다 의석인 1986년의 300석을 웃도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우정 민영화과 함께 재정·세제 등 구조개혁을 추진해가겠다”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임기 연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 민주당은 기존의 177석에서 70석 정도 줄어든 105석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민주당은 특히 소선거구에서 기존 의석의 절반도 건지지 못할 전망이다.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명당과 공산·사민당은 기존 의석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우정 반대파 출마자 33명 가운데선 14명 가량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동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민당의 압승은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 주장이 대도시 젊은 유권자층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정 민영화를 개혁의 돌파구로 자리매김한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 민영화 법안에 반대한 자민당 중의원 의원 37명을 몰아낸 뒤 지명도가 높은 대항후보를 내세우는 등 총선 정국을 사실상 주도했다. 이와 함께 여론조사를 통해 자민당의 압도적 우세가 보도되면서 30%가 넘는 부동층이 막판에 ‘자민당 대세론’으로 대거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연금 개혁과 육아 지원 등을 내세워 정권 교체를 노렸으나, 고이즈미 총리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참패를 당했다. 이번 선거는 우정 민영화 법안이 지난달 8일 참의원에서 부결된 직후 고이즈미 총리가 국민들의 신임을 직접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해 치르게 됐다.
전국 평균 투표율은 역대 두번째로 낮았던 2003년 총선의 59.86%보다는 6.5%포인트 높은 66.37%로 잠정 집계됐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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