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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세습의원, 정계 물 흐린다?

등록 2014-11-06 19:46수정 2014-11-06 22:34

불법 정치자금 의혹 오부치 의원
“스태프가 자금 관리해 상황 모른다”
도쿄신문 ‘세습정치의 폐해’ 지적
중의원 25% 세습출신…“무능한 2세”
“역시 명문가 따님이니까, 사회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던 게 아니겠어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지난달 20일 사임한 오부치 유코(40) 전 일본 경제산업상의 지역구인 군마현 나카노조쵸 상점가. 한 남성(83)은 오부치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는 <도쿄신문> 기자의 질문에 철모르는 ‘명문가 따님’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자신의 힘으로 바닥부터 실력을 쌓아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라 가문의 후광을 업고 정계에 진출하는 ‘세습 의원’의 문제를 지적한 말이었다.

최근 일본 정계를 들쑤시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 등 혼란의 배경에 세습 정치가 있다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 장관직을 사임한 오부치 의원은 2000년 5월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사망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둘째 딸이다. 그는 아버지 사망 직후 <티비에스>(TBS) 방송국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내리 5선을 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오부치 고헤이도 중의원 의원을 역임했기 때문에 오부치 가문의 의원직 세습은 3대째에 이른다. <도쿄신문>은 오부치 의원은 선거에 필요한 ‘지반’(지역기반), ‘간판’(지명도), 가방’(자금력) 등 이른바 ‘3반’(일본어에선 반·판·방이 모두 반으로 발음됨)을 모두 물려받은 전형적인 세습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세습 의원 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된 것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오부치가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아온 신뢰할 수 있는 스태프(참모)가 자금 관리를 했다. 나는 전체 상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신뢰할 수 있는 스태프’란 오부치의 지역구인 나카노조의 전 행정관리인 오리타 겐이치로를 일컫는 것이었다. 오리타는 오부치 전 총리 때부터 이 집안의 지역구와 정치자금을 도맡아 관리하는 비서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부치 의원만이 아니다. <도쿄신문>이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당선자를 분석한 결과 ‘친족의 지역 기반을 계승하거나 부모·조부모가 국회의원을 지낸’ 세습 의원이 중의원 480명 가운데 약 4분의 1인 114명이었다. 이 가운데 자민당 출신이 절대 다수인 89명이다.

또 현재 아베 내각 각료 18명 가운데 세습 의원은 아베 신조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을 포함해 9명이나 된다. 이에 견줘 미국 의원들의 세습률은 5%이고, 한국도 세습 의원이 없진 않지만 일본에 비해 비율이 훨씬 낮다.

<도쿄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쟁 직후와 고도 성장기 때는 도쿄대학을 나온 엘리트 관료, 군인, 정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치가들이 총리가 됐지만, 최근엔 능력이 없는 2세 세습 의원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예전에 견줘 일본 정치의 수준이 떨어진 이유를 세습 의원의 폐해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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