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화장실 폭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한국인 남성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도쿄 경찰서 후문 주변에 9일 오후 일본 취재진이 모여 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발생한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화장실 폭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한국인 남성이 일본에 재입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일본 경시청은 9일 야스쿠니신사 폭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사건 현장에 출입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인 전아무개(27)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은 이날 오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전씨가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에 연행됐으며 이후 ‘용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현재 전씨는 야스쿠니신사 폭발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야스쿠니신사의 화장실을 보러 일본에 다시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우익들은 전씨가 조사를 받은 지요다구 고지마치 경찰서 주변에서 확성기로 “한국인 테러리스트는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혐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지난 3일 경시청이 신사 경내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한 결과 폭발이 이뤄지기 30분쯤 전에 전씨가 사건 현장인 화장실에 출입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 등을 들어 그를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사건 현장에선 그밖에 디지털 타이머, 한국제로 보이는 건전지와 전선, 화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든 파이프 묶음 등이 발견된 바 있다.
그동안 일본 언론들이 전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도하고 한국에서 접촉을 시도했지만, 일본 수사당국은 한국 정부에 그의 신병을 넘겨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일본 경찰이 확인한 정황증거만으로는 한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 등을 하기엔 무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전씨는 2009년 12월에서 2015년 3월까지, 군산에 위치한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 부사관으로 근무했다. 입대하기 전에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지난 3월 제대한 뒤 군산시 소룡동의 원룸에서 혼자 지내다 10월에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어청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의 소식을 접하고 매우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어머니는 “평소 착하고 내성적이며 소심한 편으로 그런 일을 할 아이가 아니다. 우리가 힘과 배경이 없으니까 일본에서 아들 소행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 뉴스에서 스스로 일본에 재입국했다고 나오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 지인이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군산/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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