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공모죄’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들고있는 펼침막에는 “자유를 빼앗는 공모죄는 필요없다”고 적혀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을 감시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공모죄’ 신설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와 유엔 특별보고관이 설전을 벌였다. 공모죄는 일본 정부가 테러대책법안(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에 ‘테러 등 준비죄’라는 이름으로 신설하려 하는 조항을 일컫는 말로, 범죄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사전 준비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다.
조셉 카나타치 유엔 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이 ‘공모죄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자신의 비판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항의하자, “내용은 없는 분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고 <도쿄신문>이 23일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카타니치 특별보고관은 아베 신조 총리 앞으로 편지를 보내 “테러대책법안은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의 ‘조직적 범죄집단’과 ‘계획’, ‘준비행위’ 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자의적으로 적용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19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을 통해 특별보고관에게 항의 문서를 전달했다. 카나타치 특별보고관은 일본 정부 항의문에는 국제조직범죄방지조약 가입을 위해 공모죄 신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고 “프라이버시 (침해 등 법안의) 결함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2일 카나타치 특별보고관이 아베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 일본 정부 의견을 듣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문제의 조항을 담은 법안은 2005년과 2009년에도 마련됐으나 자의적 적용을 염려한 야당의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2차대전 이전 치안유지법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까지 나올 만큼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특히 시민단체들에서는 에스엔에스(SNS)에서 시위 계획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크다. 아베 정부는 23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강행처리했으며, 24일부터는 참의원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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