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총재선거 출마 촉구…스승과 제자 관계 비유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후계자로 삼기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12일 고이즈미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그는 아베를 차차기 총리감으로 아껴두자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기회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문제)다. 어려움에 직면해 도망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베의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그는 이어 아베의 높은 대중적 인기를 염두에 둔 듯, 어떤 형식의 선거이든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아베 당선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담긴 말이다.
고이즈미가 특정한 차기 주자에 출마를 구체적으로 주문한 것은 처음이어서 아베를 후계자로 삼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마이니치신문>은 풀이했다. 연립여당 공명당 간부는 “총리가 아베를 다음 총재로 밀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발언은 ‘아베 온존’을 명분으로 아베의 차기 총재 출마를 유보시키려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언이 최대 파벌 모리파를 중심으로 아베 대망론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베는 13일 “일반론적인 격려”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고이즈미는 지난 9일에도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조슈(지금의 야마구치현)의 지도자들을 들먹이며 아베와의 관계를 ‘스승과 제자’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야마구치 출신인 아베, 나오키상 수상 작가와 점심을 함께 하면서 “요시다 쇼인이 있었기에 (그에게서 배운) 다카스기 신사쿠가 나왔다. 조슈의 반막부 성향, 돌파력은 나와 통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쇼인, 아베를 신사쿠에 빗댄 말이다. 아베와 그의 아버지 신타로의 이름 가운데 ‘신’자는 신사쿠를 흠모해 따온 것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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