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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2 15:18 수정 : 2019.04.02 20:18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총리관저에서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소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중국 남북조 때 시문집 <문선>에 담긴
후한 사람 장형의 시가 원래 출전
“처음으로 일본 고전에서 뽑았다”던 아베 정부 머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총리관저에서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소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왔다”고 설명한 새 연호 ‘레이와’(令和)의 원래 출전이 후한시대 중국인의 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저명 출판사인 이와나미서점 편집부는 2일 트위터를 통해 “새 연호 레이와의 출전은 (일본 고전 시가집) <만요슈>의 ‘새봄의 령월(좋은 달), 기운은 맑고 바람은 잔잔하다’(初春令月 氣淑風和)에서 따온 것이지만, (이와나미서점이 출판한) <신일본고전문학대계>의 <만요슈1>에 담긴 주석을 보면, 이 구절은 남북조시대 시문집인 <문선>의 구절을 참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새 연호의 두 글자를 6~7세기 일본 시가를 모은 <만요슈>에서 뽑았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만요슈>의 이 표현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시 따져보면 결국 중국 고전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와나미서점 편집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레이와’의 근거가 된 <만요슈>의 구절은 중국 후한시대 과학자이자 문인인 장형(78~139)의 시 ‘귀전부’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이 시는 “중춘(음력 2월)의 좋은 달, 때는 잔잔하고 기운은 맑다”(仲春令月 時和氣?)고 돼있다.

<만요슈>의 ‘레이와’란 표현의 원전이 중국 고전에 있음을 지적한 이와나미서점의 <만요슈1>에 담긴 주석. 이와나미서점 제공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 왕세자의 일왕 즉위를 한달 앞둔 1일 ‘연호에 대한 간담회’를 열어 6개 후보 가운데 레이와를 새 연호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일본 고전을 출전으로 한 연호가 좋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강한 희망이 반영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아베 총리는 연호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 고전에서 연호를 고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우리 나라는 역사의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어떤 시대로 이행하든 일본에는 결코 빛이 바래지 않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처음으로 일본의 책을 전거로 한 연호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의 국수주의적 가치관이 반영된 결정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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