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6 15:37
수정 : 2019.04.16 15:45
일본, 상품에만 협상 한정 방어 자세
자동차·농산물 관세 등이 주요 의제
미국 ‘환율 조항’ 요구 움직임에
일본 1995년처럼 엔화 강세 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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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무역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이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첫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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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그동안 꺼려오던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이제 일본에 통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첫날 회담을 했다. 회담은 16일까지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솔직하고 매우 좋은 협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면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고 생각해 미국과 양자 무역협정 협상을 피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첫날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일본에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압박해왔다. 결국 일본 정부는 미국에 손을 들었다. 지난해 9월 미-일 상품무역협정(TAG·Trade Agreement on Goods)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상품 무역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공산품과 농산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15일 회담 뒤에도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오늘 (협의) 내용의 중심은 상품이었다”며 서비스 분야 논의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일본에서는 미국에서 환율 조항을 협정에 넣자고 주장이 나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데, 환율 조항 삽입은 엔화 가치를 상승세로 돌려놓을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3일 “환율도 의제가 될 것이다. 통화 가치 절하를 자제시키는 환율 조항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처럼 미-일 무역 갈등 끝에 엔화 가치가 상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클린턴 행정부 출범 때인 1993년 1월 1달러당 120엔대였던 엔화는 95년 80엔대까지 가치가 올랐다. 16일 현재 엔화는 달러당 111엔대다.
미국이 일본에 자동차 수출 제한을 요구할지도 관심거리다. 2017년 기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688억달러 중 78%인 536억달러가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시장 개방을 하지 않으면 일본 차에 2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기간산업인 자동차 분야를 공격해 전체 교섭을 유리하게 끌어가려 한다고 짚었다. 이밖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발효로 캐나다 등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빠진 미국 농산물 수출 확대도 문제도 의제다.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보다 나은 조건을 미국에 제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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