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4 17:34
수정 : 2019.06.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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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 극장의 관람권 발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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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 꺼지며 저물가 흐름에 휘말렸지만
관객 수 증가에 인상…투자 재원 마련 필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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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 극장의 관람권 발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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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관 체인 업체들이 영화 관람료를 인상했다. 관람료 인상이 무슨 뉴스가 되겠나 싶지만, 물가 인상이 ‘희귀 사례’인 일본에서 무려 26년 만의 인상이라 눈길을 끈다.
극장 66곳을 보유한 영화관 체인 업체 도호시네마스는 이달 1일부터 ‘일반요금’을 1800엔에서 1900엔(약 2만800원)으로 100엔 올렸다. 다른 극장 체인 도큐레크리에이션도 같은 폭으로 관람료를 올렸다. 1993년 이후 첫 인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로 한국의 평균 관람료가 1993년 3573원에서 현재 8286원으로 갑절 이상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통신사 할인 등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내는 돈은 적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영화 관람료가 사반세기 동안 정체된 배경에는 텔레비전 보급으로 극장 숫자가 감소한 점이 있다. 1993년 극장 숫자가 역대 최저인 1734개로 줄었다. 이보다 결정적인 것은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저물가 시대의 개막이다. 1990년대 이래 일본 경제는 물가 상승이 아니라 정체가 고민거리였다. 자산 거품이 꺼진 데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며 일본인들의 소비력은 회복되지 못했다.
일본 극장 업계가 26년 만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우선 관객 수 증가 때문이다. 관객 숫자는 1996년에 1억1957만명이었다. 관객은 멀티플렉스 극장의 확대와 함께 점점 늘어 지난해에는 1억6921만명을 기록했다. 도호시네마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25억8800만엔으로 전년보다 29.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등 동영상 서비스와의 경쟁을 위해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곤도 신이치로 도호시네마스 마케팅사업부장은 <아사히신문>에 “동영상 서비스가 보급되는 시대에 극장에 와야 맛볼수 있는 4차원(4D) 영상과 초대형 스크린에 투자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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