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7 20:50
수정 : 2019.06.0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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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와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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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통신사와 회견
“우리 염려는 미-일 군사협력 때문”
러-일 평화조약 조기 체결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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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와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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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일 군사동맹 탓에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에 대한 견제 의사를 직설적으로 밝힌 것으로, 러시아에 접근을 시도해온 일본으로서는 미-러 갈등의 중간에 끼는 부정적인 상황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의 회견에서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틀 아래에서 일본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염려는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주로 미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 때문”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2차대전 이후 지연된 평화조약 체결과 쿠릴열도 섬들의 반환을 추진하는 일본을 공박한 것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점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우호적인 상황을 만들고 상호 신뢰를 높이는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으로서 러시아의 극동을 겨눌 수 있는 일본에 대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군의 오키나와현 헤노코기지 건설이 지역민들의 반대에도 강행되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만약 러시아 안보 확보에 매우 중요한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이 2차대전 때 빼앗긴 쿠릴열도 남단 섬들을 돌려받으려는 것에 대해, 반환받은 섬에 일본이 군사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곤란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이는 일본이 배치하려는 이지스 어쇼어(육상형 이지스 미사일방어 시스템)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후 외교의 총결산’이라는 구호 아래 쿠릴열도 남단 섬 반환과 평화조약 체결에 의욕을 보이며 러시아와 초기 교섭에 나서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7일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지스 어쇼어는) 우리 나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순수하게 방어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일본 정부가 평화조약의 큰 틀에 합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포기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경계 발언은 5일부터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뒤에 나왔다. 중-러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함께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먼저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금지하는 조약의 폐기를 올해 1월 선언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2021년 만료 예정으로 실전 배치 핵탄두와 운반수단을 제한하는 내용의 신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에 대해서도 “100번 정도 갱신 의사가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갱신을 안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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