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4 17:39
수정 : 2019.06.24 20:17
내달 참의원 선거 득표율 2% 미달 땐
선거법상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해
전신 사회당 때 정권 두 차례 이끌었으나
1996년 무라야마 내각 붕 뒤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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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민주당 누리집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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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민주당이 정당 자격마저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전신인 사회당 시절 정권을 차지한 경험도 있는 사민당의 쇠락은 자민당을 견제할 만한 야당 세력이 사라진 일본 정치 환경을 상징한다.
<지지통신>은 사민당이 공직선거법상 정당 요건을 유지하려고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서 2% 이상 득표를 노리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24일 전했다. 일본은 한국처럼 정당 요건을 통일적으로 규정한 정당법이 없다. 대신 선거 관련 규정을 담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에 대한 법률 등에서 조금씩 다르게 정당 요건을 규정한다.
정당의 요건에 관해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선거법이다. 이 법은 △중의원과 참의원 합계 현직 의원이 5명 이상이거나 △직전 중의원이나 참의원 선거 중 하나라도 유효 득표율(선거구 또는 비례대표 득표율) 2% 이상을 얻어야 정당으로 인정한다. 선거법에 의해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여러 제약이 따른다. 정당은 전단지 배포량에 제한이 없으나 정당이 아니면 10만부까지로 제한한다. 정당만이 후보자 유세 차량뿐 아니라 정당 소속 유세 차량을 따로 동원할 수 있다.
사민당 현직 의원은 4명이다. 참의원인 마타이치 세이지 당 대표는 폐암 수술 뒤 건강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의원 5명을 채우려면 최소 2명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시켜야 하지만, 가능성은 적다. 기대를 거는 쪽은 비례대표 득표율 2% 달성이다. 사민당은 2016년 비례대표 득표 2.7%를 기록해, 의원 수가 모자라도 정당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2017년 중의원 선거 비례대표 득표율은 1.69%에 그쳤다. 이번 참의원 선거 득표율까지 2% 밑이라면 선거법상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민당의 전신은 패전 직후인 1945년 탄생한 일본사회당이다. 사회당은 1947년 총선에서 143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됐다. 가타야마 데쓰 대표가 총리에 올라 1년간 연립내각을 이끌었다. 1955년 자민당 창당 뒤로는 강력한 제1야당으로 자민당을 견제했다. 자민당 여당, 사회당 제1야당이라는 ‘55년 체제’가 성립했다. 1994년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가 총리에 올라, 자민당 등과 연립정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성기가 곧 위기의 시작이었다. 무라야마 내각은 자위대 합헌, 원전 용인 등으로 노선을 바꿔 기존 지지자 이탈을 불렀다. 1995년 참의원 선거에서 16석에 그치는 참패를 당하고 이듬해 무라야마 내각이 무너졌다. 그해 사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다른 야당들도 상황이 엄혹하기는 마찬가지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의 최근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36.7%였지만 입헌민주당은 5.1%, 국민민주당은 1.2%였다. 사민당은 0.2%였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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