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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4 21:20 수정 : 2019.08.05 10:02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왼쪽)·김서경(오른쪽) 작가 부부와 함께 전시를 기획한 오카모토 유카(가운데)가 전시 개막 사흘 전인 7월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아이치현미술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뒤에 보이는 포스터는 소녀상 전시가 포함됐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포스터다. 나고야/조기원 특파원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전시 실행위원 오카모토 유카 인터뷰

“작가와 상의 없이 일방적 중지 통보
대책 모두 세웠는지도 의문”

일본 펜클럽 “전시 계속해야” 성명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왼쪽)·김서경(오른쪽) 작가 부부와 함께 전시를 기획한 오카모토 유카(가운데)가 전시 개막 사흘 전인 7월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아이치현미술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뒤에 보이는 포스터는 소녀상 전시가 포함됐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포스터다. 나고야/조기원 특파원
‘평화의 소녀상’은 결국 끝까지 전시되지 못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소녀상 전시는 고작 사흘 만에 주최 쪽인 일본 아이치현의 일방적 통보로 관객들과 단절돼 ‘전시 중지’라고 쓰인 패널 속에 갇혔다. 10월14일 전시 종료일까지 무사히 전시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전시 기획자로 참여한 오카모토 유카는 4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일) 역사 논의의 장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일 오후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아이치현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트리엔날레) 전시 중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에 대해 테러 예고 등 협박성 전화가 잇따른다는 이유를 들어 전시 중지를 발표했다. 오카모토를 포함한 예술전 실행위원들은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라며 전시 중지를 비판하는 성명을 3일 냈다. 오카모토 위원은 2015년 도쿄 사립 미술관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 기획 때도 참여했으며, 당시에도 소녀상이 전시됐다. 하지만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 완전한 모습으로 처음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카모토 위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무라 아이치현 지사가 일방적으로 전시 중지를 결정했다”며 “아이치현 쪽에서는 대부분의 작가에게 전시 중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전시 중지도 구두로 통보했을 뿐 문서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카모토 위원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는 “아이치현이 작가들에게 전시 중지에 대해 직접 설명도 하지 않은 것은 국제 예술전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전체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며 “이는 작가를 가볍게 본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의 전화로 직원들이 피폐해져 어쩔 수 없이 전시를 중지시켰다는 오무라 지사와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의 설명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상했고 우리도 걱정했”지만 “아이치현이 이에 대해 모든 대책을 취했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전시 3개월 전인) 5월에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아이치현이 현장 대책을 취할 여지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불과 사흘 동안의 전시였지만 그는 소녀상 전시가 “일본 시민들에게 역사 논의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3일에는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를 관람하기 위해 100여명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는 특히 3일 전시 때 일부 관람객이 소녀상에 종이봉투를 씌우는 등 ‘모욕’을 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점은 다른 관람객이 나서서 이를 중지시켰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관람객이 ‘역사를 잘 보자’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소녀상 전시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온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은 3일에도 기자단에 “(전시) 중지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전시 관계자에게 사죄를 요구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가와무라 시장이 소녀상 전시가 “수십만명을 강제 수용했다는 한국 쪽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의 주장은 명확히 다르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전시가 중단되자 일본과 한국 작가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일본 문인들로 구성된 ‘일본 펜클럽’은 3일 성명을 내어 “창작과 감상 사이에 의사소통을 하는 공간이 없으면 예술은 의의를 잃어버리고 사회의 추진력인 자유로운 기풍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2일) 전시회 (국가) 보조금 교부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은 정치적 압력 그 자체이며 헌법 21조 2항이 금지한 ‘검열’로 연결된다는 것을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박찬경·임민욱 등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다른 한국 작가들도 항의 차원에서 작품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찬경·임민욱 작가는 4일 각각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일 오후 기획전 중단 소식을 뉴스로 듣고 트리엔날레 본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이다 시호코에게 각자 전자우편을 보내 출품을 철회하고 작품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일본의 전시 중단 조처가 너무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작가들이 좀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임 작가는 정보와 공동체의 범주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의 영상물 <뉴스의 종언>(아듀 뉴스)을 출품했고, 박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아름다운 숲속 풍경을 즐기는 인민군 소년병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 <소년병>을 내놨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는 검열에 반대하는 국내외 작가들과 연대 운동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진을 ‘표현의 부자유전’에 출품한 안세홍 작가는 작품 철거 중단을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 페이지(http://hoy.kr/kMcnq)를 개설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안 작가는 4일 작품의 무단반출을 막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예술가 및 활동가들과 함께 폐쇄된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장에 진입을 시도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노형석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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