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9 19:15
수정 : 2019.10.09 21:36
일본 27번째 노벨상 수상자 배출
2019년 노벨 화학상은 리튬이온전지 개발로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식 가능성을 열어준 미국과 일본의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존 구디너프(97) 미국 텍사스대 교수, 스탠리 휘팅엄(78)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71) 일본 메이조대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요시노의 수상으로 통산 27번째(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아시아권에서 독보적인 기초과학 강국임을 또다시 입증했다.
노벨위원회는 “리튬이온전지는 가볍고, 재충전할 수 있으며, 강력한 성능 덕에 오늘날 모바일폰에서 노트북 컴퓨터,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으로 얻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도 있어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이 음극과 양극을 왔다 갔다 하는 산화-환원 과정의 전위차로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다. 이온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 또는 분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 전하를 띤 상태다. 이온전지는 이온물질이 전자의 흐름, 즉 전류를 통해 다시 전기적 중성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응용해 에너지를 얻게 된다.
구디너프의 제자인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휘팅엄 교수는 초전도체 연구를 하는 도중에 층상물질에 리튬이온이 들어갔다 다시 빠지는 층간 삽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리튬이온전지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휘팅엄이 양극의 층상물질로 이황화타이타늄(TiS2)을 사용해 2볼트짜리 전지를 만들었는데, 구디너프는 다시 이황화타이타늄 대신에 산화코발트를 사용해 4볼트를 구현했다. 화학배터리(1차 전지)의 한계(1.5~2볼트)를 뛰어넘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시노는 음극에 리튬금속을 사용한 앞의 두 배터리들에서 발생한 단락현상(쇼트)을 막기 위해 리튬금속 대신에 흑연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리튬이온전지 상용화에 성공했다.
요시노는 교토대에서 석유화학을 전공한 뒤 석유화학 대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이온전지사업을 이끌다 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요시노는 이날 수상자 발표 생중계 도중에 노벨위원회와 한 즉석 전화통화에서 “리튬이온전지는 우리 시대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데 어느 정도 적절하고 또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에게는 900만크로나(약 10억9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한편, 노벨화학상은 1901년 제정된 이래 올해까지 110차례 시상식에서 모두 183명이 단독 또는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노벨상 6개부문을 통틀어 두 번 수상한 사람이 4명인데 그 중에서 3명이 화학상 수상자라는 사실도 이채롭다. 퀴리 부인으로 불리는 마리아 퀴리는 노벨 물리학상(1903년)을 받은 지 8년만에 노벨 화학상(1911년)을 받으면서 최초로 노벨 2관왕에 올랐다. 라이너스 폴링은 1954년 노벨화학상에 이어 1962년 반핵 평화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또 프레더릭 생어는 노벨 화학상만 두 차례(1958년, 1980년)나 수상했다.
조일준 조기원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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