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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4 16:32 수정 : 2019.10.17 11:43

지난해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3년 8개월 만에 승소 판결이 난 뒤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유일한 생존 원고 이춘식(95)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 징용공 Q&A 제작·배포
아베 정부 “국제법 위반” 조목조목 반박
“의견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작성”

지난해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3년 8개월 만에 승소 판결이 난 뒤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유일한 생존 원고 이춘식(95)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징용공(강제동원)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지난해 10월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확정판결이 나온 뒤부터 끊임없이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아베 정부 선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팸플릿이 일본 시민 사회에서 나왔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서 수십년동안 싸워 온 일본 시민단체 연합체인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4일 ‘징용공 문제 Q&A-징용공 문제란 무엇인가요’를 냈다. 일본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조사해온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모임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등 여러 단체 회원들이 3개월 넘게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해서 만든 문서다.

지난해 11월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 사진을 들고 도쿄 일본제철 본사로 향했던 모습.
기본적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내용이지만, 한국 시민이 읽어봐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 쉽고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다. 팸플릿에서 공동행동은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의 민사적·재정적인 채권 채무 관계를 해결한 것이며,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이 한국에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제공한 5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는 ‘경제협력’이지 ‘배상’이 아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야노 히데키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아베 정부의 주장이 일본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많은 일본인들이 아베 정부의 주장을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아베 정부의 주장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기 쉽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야노 국장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서 썼다”며 “2만부를 우선 인쇄했고 여러 시민단체가 회원들에게 배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89·왼쪽 세번째)가 6월 한-일 시민단체와 함께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모습.
공동행동은 아베 정부가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한국이 국가와 국가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 일본이 과거와 마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없다. 이제야말로, 식민지 지배가 불법임을 인정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존엄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징용공 문제 Q&A-징용공 문제란 무엇인가요’ 전문

Q1.’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이라는 게 무슨 뜻이죠?

전시 중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약 80만명 조선인을 ‘모집’, ‘관 알선’, ‘징용’ 등 다양한 형태로 강제동원한 뒤 탄광이나 군수 공장 등에서 일하게 했습니다. 정부는 노무동원 계획을 세우고, 기업은 관헌의 힘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동원했습니다. 이것을 조선인 강제동원이라고 합니다. ‘징용공’이란 강제 동원된 사람들입니다. <미쓰비시사>에도 “반도인 징용 1만2913명”(1945년8월 기준)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 강제 저금, 구속과 감시, 혹사와 학대 등이 횡행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일본에 의한 강제동원을 강제 노동 조약 위반이라고 인정해, 일본 정부에 피해자 구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말하는데, 이는 강제동원 역사를 오도하려는 발언입니다.

Q2. 한국의 ‘징용공’ 판결(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은 무슨 뜻입니까?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을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 수행에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로 간주해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했습니다(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일 협정은 양국의 민사적·재정적인 채권 채무 관계를 해결한 것이며,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서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명했습니다.

Q3. 일본 정부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다고 하는데요?

청구권 협정에는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경제협력”을 하는 대신에 청구권을 포기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소멸한 것은 국제법상의 ‘외교 보호권’입니다.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약속으로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한 것이 아니다”(1991년 8월 27일 참의원 예산 위원회, 야나이 지 외무성 조약 국장 답변),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 11월 14일 중의원 외무위원회, 고노 다로 외무상 답변)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습니다. 오와다 히사시 외무성 조약국서기관(1965년 당시)도 정책적으로는 소멸시키고 싶어도 이론적으로는 “소멸은 원래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미해결입니다.

Q4. 한국에 낸 5억달러로 배상이 끝났는데, 또 돈을 내라고 말하는 것인가요?

아니 배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를 “합법”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배상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넘겨준 5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는 “경제협력”이지 “배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10년 동안 “일본의 생산물과 일본인의 역무(서비스)”가 제공된 것이며, 현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사용처도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서 배상은 할 수 없었습니다. 한편, 한국에 한 5억달러 원조는 일본 기업이 다시 한국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본에도 이익이 되었습니다.

Q5. 그래도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지 않나요?

한국 정부가 한일회담 중에 보상에 관한 자금 일괄 지급을 요구하고, 각 개인에 대한 지급은 한국 정부의 손으로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일본 정부는 한국에 현금은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국 정부는 1974년 ‘대일 민간 청구권 보상법’, 2007년에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법’을 제정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강제동원이라는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은 아닙니다. 강제동원을 한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은 지금도 불법 행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Q6.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중요한 점은 한반도 식민지 지배 역사에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겼음을 인정하고 깊은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1998년에는 한-일 양국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했습니다. 다만, 지금도 일본은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한 적도 없습니다. 이제야말로, 식민지 지배가 불법임을 인정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존엄 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 점을 빼고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만 말하면, 서로 간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신뢰도 만들 수 없습니다.

Q7. 한일 관계는 꼬이고 있는데, 정말 해결이 가능한가요?

기업은 글로벌 규범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일본제철의 ‘기업 행동 규범’에는 ‘법령·규칙을 준수하고 높은 윤리관을 지니고 행동한다, 각국·지역의 법률을 준수하고 각종 국제 규범, 문화, 관습 등을 존중해 사업을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유엔이 세계의 대기업에 세계 경제의 국제화에 동반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호소한 선언적 맹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콤팩트에는 인권 보호 지지와 존중, 인권 침해 비가담, 강제 노동의 배제가 있습니다.

신일철주금(일본제철 당시 사명)은 1997년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된 한국인 전 징용공 유족과의 소송에서 원고와 화해했습니다. 2012년 6월 주주총회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어쨌든 법률은 지켜야 한다”(사쿠마 소이치로 당시 상무)라고 말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화해를 위해서 2010년부터 2년 가까이 협의를 거듭했습니다.

글로벌한 규범을 근거로 하여 정치적 환경이나 조건이 갖추어지면, 기업은 판결을 받아들이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해결할 수 있습니다.

Q8. 강제 노동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은 가능한가요?

중국인 강제 연행의 경우에는 가지마 건설(하나오카 화해), 니시마쓰 건설,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강제 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한 다음에 기금을 설립해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화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시 중에 강제 노동을 저지른 독일은 2000년에 정부·기업의 공동 출자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기금을 설립하고 약 170만명의 피해자에게 보상했습니다. 이는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목표로 했던 귀중한 경험입니다. 선례에서 배우면 포괄적인 해결은 가능합니다.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 현재 생존자는 수천명이라고 합니다. 이분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문제를 전체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 사회가 지혜를 서로 짜내고 피해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야 합니다. 강제동원 피해구제 재단이나 기금 설립이 급선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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