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3 16:32
수정 : 2019.10.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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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열린 즉위식 때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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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천손 강림’에서 유래
현행 헌법과 맞지 않아 지적에도
아베 정부 전례 따랐다며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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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열린 즉위식 때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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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치러진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이 헌법상 정교분리 규정 위반이라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식에서 전체 높이 6.5m에 이르는 대좌인 ‘다카미쿠라’에 서서 즉위 선언을 했다. 다카미쿠라 안에는 일본 왕가의 보물이라는 ‘삼종의 신기’ 중에 검과 곡옥이 놓였다. 그런데, 이런 장치들은 일본 왕족 조상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손 강림’ 신화에 유래하고 있다. 또한, 헌법상 국민 주권을 규정하고 있는 일본에서 총리가 일왕보다 1m 이상 낮은 위치에서 만세 삼창을 외치는 점도 헌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즉위식의 대체적 형태는 일왕에 대한 국가적 신격화가 진행되던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확립됐으며, 2차 대전 패전 이후에도 즉위식 형식은 크게 바꾸지 않았다. 아베 신조 정부는 정교분리 위반 비판에 대해 1990년 아키히토 상왕 즉위식 때의 전례를 따른 것이라며 피해가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많다. 헌법학자인 요코다 고이치 규슈대학 명예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헌법의 취지에 맞는지 정리를 해야 했다. 단순히 전례를 따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990년 즉위식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 즉위식 때 관방부 부장관이었던 이시하라 노부오는 <마이니치신문>에 “쇼와 천황(히로히토 일왕) 서거가 즉위식 출발점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2차 대전 이전의 제도를 전부 바꿀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전례 답습이 남긴 과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는 논의를 피하고 다른 의견에는 귀를 닫은 모양새다. 많은 것들을 전례라며 밀어붙이고 있다”며 “천황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메이지 시대에 만든 형식에 집착했다”고 꼬집었다. 일본 공산당은 즉위식이 정교분리 위반이라며 불참했다.
다음 달 14~15일 즉위식을 마친 일왕이 햇곡식으로 왕실의 조상신을 모시는 의식이 열릴 때도 논란은 재연될 듯 보인다. 이 의식은 종교 색이 강해 일본 정부도 국가 행사가 아니라 왕실 행사로 규정한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라면서 비용은 국가 예산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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