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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4 18:19 수정 : 2019.12.05 02:33

지난 4월 일본 도쿄의 도심 공원인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왼쪽)가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총리실 누리집 갈무리

공적 행사 사유화 논란에서 시작해
최근엔 공문서 고의 폐기 의혹까지
내각 지지율 한달새 6% 떨어졌지만
국회 회기 끝나면 위기 탈출 가능성

지난 4월 일본 도쿄의 도심 공원인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왼쪽)가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총리실 누리집 갈무리

“(관방)장관은 백업 데이터는 공문서라고 인식하나요?”

“백업 파일은 일반 직원이 업무에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조직이 공용하는 성격은 결여하고 있다. … 행정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은 4일 오전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 모임) 관련 답변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난달부터 아베 신조 정부는 때아닌 ‘벚꽃’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부 공식행사로 4월에 연례적으로 열리는 이 벚꽃 모임에 아베 총리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한 사실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국가 세금을 사용해 개최하는 공적인 행사에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거 초대해 접대한 꼴이라는 비판이다.

궁지에 몰린 아베 정부는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극력 회피한 채 도망가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내년 개최 중지’를 위기 타개책으로 선언했다. 1952년부터 열렸던 이 행사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브리핑에서 ‘백업 파일 공문서’ 논란이 벌어진 까닭은 벚꽃 모임에 누가 초청받았는지를 놓고 아베 정부가 자료 공개를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공산당이 관련 자료를 처음 요구한 때는 올해 벚꽃 모임이 끝나고 한달여 뒤인 5월9일이었다. 당시 일본 내각부 간부가 “이미 폐기했다”고 답변했으나, 정작 종이 자료는 이 답변이 나온 지 1시간여 뒤에 대형 파쇄기로 없애버린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애초 일본 정부는 명단 자료 보존기한이 법적으로 1년 미만이므로 파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전자문서 자료는 남아 있을 것이 아니냐고 다시 추궁하니, 이번에는 전자파일 자료도 삭제했다고 거부했다. 최근에는 백업 파일 자료가 전자파일 자료 삭제 뒤에 최대 8주 동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대목이 또 드러났다. 그러자 백업 파일은 행정문서도 공문서도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자료 제공 의무가 없다고 관방장관이 답변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벚꽃 모임 전날 아베 총리 후원회는 5성급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겸한 전야제를 열었다. 아베 총리는 참가자 약 800명이 각자 회비 5000엔씩을 내 진행한 것이라서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호텔 누리집에 나온 ‘파티 플랜’을 보면 최소 가격이 1인당 1만1000엔이다. 야당은 즉각 “부족분을 총리 쪽이 부담했다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한다.

다단계 업체인 ‘재팬 라이프’ 회장이 아베 총리 초청으로 2015년 벚꽃 모임에 참석했으며, 재팬라이프가 총리 이름이 적힌 초청장을 투자자 모집광고에 이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용품을 사서 대여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주로 고령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재팬라이프는 2017년에 부도를 맞았다. 아베 총리는 재팬라이프 문제에 대해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회피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로 지난달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벚꽃 모임 파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자료 파기 관련 아베 정부의 설명에 대해 응답자의 72%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베 정부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정가를 흔들었던 잇단 사학법인 스캔들에도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의혹 제기에 대해 “관련 공문서가 폐기됐다”며 버티는 전략은 사학법인 스캔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향적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은 국회 회기 중에는 떨어지고 회기가 끝나면 상승해왔다. 회기 중에 야당이 스캔들을 추궁하고 언론에서도 부각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벚꽃 모임 의혹을 아베 총리가 설명해야 한다며 회기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국회대책위원장인 모리야마 히로시는 4일 “회기 연장은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 ‘벚꽃을 보는 모임’ 논란 일지(2019년)

▶4월 12일= 아베 총리 후원회,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전야제 개최
▶4월 13일/ 벚꽃을 보는 모임 개최(도쿄 신주쿠교엔에서 1만8000명 참가)
▶5월 9일 정오께= 공산당, 정부에 벚꽃을 보는 모임 초청 참가자 명단 공개 요구
오후 1시20분~2시45분= 내각부, 명단 자료 파쇄기로 파쇄
▶11월 8일= 다무라 도모코 공산당 의원, 국회 예산위에서 이 모임에 대한 정부예산 지출액 추궁.
아베 총리의 행사 사유화 논란 가열
▶11월13일= 아베 총리, 내년 모임 중단 발표
▶12월 3일= 아베 총리, “명단 폐기 (이전부터) 예정됐던 것” 답변
▶12월 9일= 일본 국회 회기 종료 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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