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8 15:00
수정 : 2019.12.1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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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가 18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앞에 서 있다. 이날 도쿄지방재판소는 이토가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야마구치 노리유키 전 <티비에스>(TBS) 방송 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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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해 전직 기자에게 330만엔 손해배상 판결
2015년 성폭행 피해 경찰에 고발했으나 불기소
실명으로 피해 고발,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
판결 뒤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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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가 18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앞에 서 있다. 이날 도쿄지방재판소는 이토가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야마구치 노리유키 전 <티비에스>(TBS) 방송 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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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가 성폭행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토는 2차 피해 우려에도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전 <티비에스>(TBS) 방송 기자다.
도쿄지방재판소는 18일 이토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야마구치 노리유키 전 <티비에스> 방송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등 330만엔(약 3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검찰이 혐의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에 대해 법원은 민사재판에서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장은 “이토는 친구 및 경찰과 피해를 상담했으며, (이는) 성관계가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야마구치의 진술은 핵심 부분이 불합리하게 변하고 신뢰성에 중대한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야마구치의 주장과 달리 합의된 성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야마구치도 합의된 성관계였고 자신의 명예와 프라이버시가 훼손됐다며 이토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으나, 법원은 야마구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은 “이토가 성범죄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려고 피해를 공표한 행위는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다. 내용은 진실하다고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토가 재판 뒤 ‘승소’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법원 앞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은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토는 취재진 앞에서 “여러분들에게 지원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번 판결로 하나의 단락을 찍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승소했다고 이것(피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처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하는 점도 있기 때문에,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담담하게 심경을 이야기했지만, 상처에 대해 말할 때는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형사사건은 불기소로 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게 됐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해 공적인 법정에서 증거를 내놓아 조금이라도 (사실이) 공개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혼자서 불안한 마음 상태에서 성폭력 피해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피해자의) 부담이 없어지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토는 취직자리를 소개받기 위해 당시 <티비에스> 방송 워싱턴 지국장이었으며 일시 귀국해 있던 야마구치와 도쿄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저녁 자리에는 술도 곁들여졌고 이토는 의식을 잃었다. 이토는 야마구치가 묵던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듬해인 2016년 검찰은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토는 2017년 자신의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력 사실을 고발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명 고발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 사건은 일본 내에서도 큰 주목을 끌었다. 이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번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토는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더구나 이번에 배상 판결을 받은 야마구치는 아베 총리를 주인공격으로 등장시킨 <총리>라는 책을 쓰는 등 아베 총리와 가까운 기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는 <티비에스>를 퇴사했다.
이토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와 정면으로 마주해서 싸워왔을 뿐 아니라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과도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역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서지현 검사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토의 승리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야마구치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서 “곧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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