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7 17:26
수정 : 2020.01.18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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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운데)가 17일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금요행동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아베는 사죄하라”는 구호를 여러차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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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금요행동’
17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앞 제500회 집회
양금덕 할머니 일본 찾아 “사죄 바란다” 외쳐
2007년부터 10년째 아침 출근길 도쿄 집회
미쓰비시 본사 들어가 짧은 면담 “협의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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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운데)가 17일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금요행동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아베는 사죄하라”는 구호를 여러차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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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여한이 없습니다. 하루속히 아베는 사죄해야 합니다. 사죄하는 것을 귀로 들어야 원한을 풀겠습니다.”
17일 낮 12시께 일본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91살 양금덕 할머니는 “사죄를 받고 싶다”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옆에는 10년 넘게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매주 금요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금요행동’ 시위를 벌여온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 지원회) 공동대표 등이 서 있었다. 일본의 양심적 시민 800명가량이 모인 이 지원회는 2007년부터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로정신대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금요행동을 벌여왔다. 이날이 500번째다. 나고야·도야마·나가사키·히로시마 등 열도 전역에서 일본 시민들이 찾아왔다. 한국에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에서 20여명이 찾아와 한·일 양쪽을 합쳐 60명가량이 모였다. 다카하시 대표는 “(일본 패전 뒤) 75년간 할머니는 사죄 한번 받지 못했다”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지원회는 1998년에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일본 법원 소송 제기를 돕기 위해 결성됐다. 나고야 시민들부터 팔을 걷어붙였다. 할머니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곳이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였다. 2007년 5월 나고야고등재판소는 강제노동 피해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소송 당시 변호인단이었던 우치카와 요시카즈는 이날 집회 현장에서 “피해는 있지만 청구는 할 수 없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 논리였다”고 회상했다. 지원회는 2007년 7월20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첫번째 금요행동을 시작했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28년째 이어지고 있는 수요시위에서 힌트를 얻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협의에 응했던 2010~2012년과 날씨가 아주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금요행동(통상 5~8명 참여)을 벌여왔다.
강제동원 피해 문제로 일본에서 ‘행동’에 나서는 건 큰 용기를 요구한다. “너 조선인이지” “(시위에 참가하면) 얼마를 받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일본인이 혀를 끌끌 차면서 지나가는 일은 예사다. 나고야에서 오는 금요행동 일본 시민 1~2명은 360㎞ 떨어진 도쿄에 오려고 새벽 4~5시에 일어난다. 아침 출근길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는 활동도 하기 때문이다. 나고야~도쿄 왕복 기차비만 25만원이 넘는다.
한·일 시민들의 지원과 피해자들의 투쟁으로 양 할머니를 비롯한 원고 5명이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에서 피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외면하고 있다. 지원회가 이날 양 할머니를 모시고 외무성 담당자와 면담을 시도했으나 외무성의 거부로 무산돼 아침 외무성 앞 시위에 그쳐야 했다. 다만 미쓰비시중공업은 2010년 협의 당시 이후 처음으로 양 할머니를 이날 본사 안에서 맞았다. 양 할머니는 면담에서 “사죄를 받고 싶다. 내 눈물이 강물이 되고 내가 그 눈물에 뜬 배가 되어 (일본의 책임을) 세계에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다카하시 대표가 전했다. 면담에는 미쓰비시 총무과 직원 2명이 나와 “들은 이야기는 확실히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한·일 시민단체는 미쓰비시중공업에 “인권 피해자의 권리 회복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조류다. 피해자 존엄 회복을 위해 원고와 협의할 자리를 마련하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외무성과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방해하지 말라는 요청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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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운데)가 17일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들어가서 면담한 뒤 나오고 있다. 들고 있는 사진은 다른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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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운데)가 17일 도쿄 지요다구 외무성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양 할머니 왼쪽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이가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공동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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