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적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본에 일명 ‘군함도’(하시마) 사진이 실려 있다. 하시마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언급은 없이 일본 근대 산업 발전의 유산으로만 소개하고 있다.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에 조선인 강제노동의 어두운 역사가 서려 있는 일명 ‘군함도’(하시마)에 대해 일본 근대 산업 발전을 선전하는 용도로 대거 서술된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채택률(51%)이 가장 높은 도쿄서적 역사교과서는 ‘일본 에너지의 지금까지’라는 제목의 글 맨 앞에 군함도 사진을 실었는데, 2015년 검정본에는 없던 내용이다. 사진에는 “메이지시대부터 고도경제성장기에 이르기까지 해저탄광이 개발돼, 최전성기인 1960년에는 5000명 이상이 거주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나가사키현 하시마는 19세기 후반 미쓰비시그룹이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개발한 탄광으로, 조선인 노동자 수백명이 강제노동을 했던 곳이다. 일본 정부가 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근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일본 정부 대표는 “조선인들이 의사에 반해 강제노역했던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또한 이번에 새로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검정을 신청한 야마카와출판의 교과서에도 책장을 넘기면 곧바로 “일본의 세계유산”이 나오는데, 이 항목에 군함도 사진이 실렸다. 사진 밑에는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 유럽의 기술이 유럽 외 국가로 이전해 성공한 것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군함도의 모습으로 19세기에 개발이 시작돼 1974년 개발이 끝났다. 많은 석탄이 생산돼 일본의 산업발전을 지지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일본문교출판도 연표 옆에 군함도 사진을 싣고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으로 소개했다. 어떤 교과서에서도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반면,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서술은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도쿄서적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들이 의사에 반해 일본에 끌려와서 광산과 공장 등의 열악한 조건 아래서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고 적고 있다. 도쿄서적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서술이 처음 등장한 1980년 검정본에는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까지도 강제로 끌고 와서 가혹한 조건 아래 탄광 등의 중노동에 종사시켰다”며 강제성을 확실히 서술했다. 1996년 검정본에는 조선인 강제연행이라는 별도의 칼럼을 싣고 참상을 자세히 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2005년 검정본부터는 “강제”가 “의사에 반해서”로 약화되는 등 서술이 개악됐고, 이후 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출판사의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서술에는 주어가 없어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역사 서술 전부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 2015년 검정 때 유일하게 위안부 피해 사실을 적은 마나비샤는 이번에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소개하는 등 진보적인 서술을 유지했다. 마나비샤는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패전까지 약 70만명의 조선인을 국내 탄광 등에 보냈다”며 책임 주체를 분명히 언급했다. 야마카와출판도 역사교과서에서 “전쟁터에 설치한 ‘위안시설’에 조선, 중국, 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을 모았다(이른바 종군위안부)”며 위안부 피해를 서술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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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와출판 중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에 일명 ‘군함도’(하시마)가 일본의 세계유산으로 소개되어 있다.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언급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