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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도 MBC 내부정보 봤다

등록 2010-12-01 11:40

»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사진). 한겨레 배재만
»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사진). 한겨레 배재만
한겨레21
[초점]

오아무개 부장한테서 메일로 전달받아…

조직적 개입 여전히 부인하며 오 부장만 면직 처리

문화방송 내부 정보 유출 의혹(834호 표지이야기 ‘삼성은 MBC 내일 뉴스도 알고 있다?’ 참조)과 관련해,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사진)이 자신을 포함한 삼성 임원 일부가 오아무개 삼성경제연구소 부장한테서 문화방송 내부 정보를 담은 전자우편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또 문화방송 감사 결과, 오 부장이 문화방송 기자로 재직할 때 쓰던 전자우편 계정에서 한나라당 A보좌관에게 전자우편이 발송된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 “혼자 한 일이지만 미안”

문화방송 감사 내용에 밝은 인사들과 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오 부장의 전자우편 계정 ‘○○○@mbc.co.kr’는 그가 2007년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계속 문화방송 서버를 통해 전자우편 송수신이 가능했다. 이 ‘○○○@mbc.co.kr’ 계정으로 문화방송 사옥 안팎에서 여러 차례 문화방송 서버에 접속한 기록이 있다. 또한 이 전자우편 계정에서 A보좌관과 ‘○○○@samsung.com’, 그리고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한메일·지메일 사용자 등에게 전자우편이 전송됐다. 문화방송은 회사 정보시스템 담당자인 문아무개 차장이 이 전자우편 주소로 내부 정보를 보내면 오 부장이 이를 확인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 전자우편을 돌린 것으로 보고, 11월15일 문 차장을 해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용 삼성 부사장은 11월17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오 부장이 (문 차장한테서) MBC 내부 정보를 메일로 전달받아왔고, 이를 외부 지인들과 일부 회사 임직원들에게 재전송해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저도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사장은 “논란의 핵심은 이 일을 회사에서 알았느냐,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라며 “회사의 지시나 개입은 없었다. 메일 전송은 오 부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고, 사내외 지인들은 메일을 수동적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메일을 아예 열어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문화방송 ‘훔쳐보기’에 삼성 쪽 ‘가담자’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이 ‘공모’를 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은 회사 이미지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오 부장을 면직 조처했다. 또 이 부사장 말고 전자우편을 전달받은 다른 임원은 앞으로 인사에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위야 어떻든 삼성 직원이 연관돼 MBC에 큰 피해를 끼쳤고, 언론과 언론 종사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적인 사과도 했다.

하지만 오 부장이 문화방송 기자들을 상대로 삼성 전반과 관련한 홍보·언론대응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가 개인적으로 문화방송 내부 정보를 전달받아 다른 이들에게 전파했다는 삼성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정보를 받아본 임원들이 그 출처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삼성 말대로 회사의 조직적인 지시·개입이 없었다면, 오 부장한테서 “수동적으로” 전자우편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당 임원을 인사에서 조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부사장이 오 부장의 전자우편을 열어보지 않았다는 해명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오 부장 면직은 ‘꼬리 자르기’라는 의문을 남긴다.

진실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 속으로

문화방송은 삼성의 사과 등과 관련해 “전향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더는 삼성에 책임을 묻지 않을 방침이다. 결국 희대의 ‘언론 유린 의혹’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삼성 쪽이 들여다본 문화방송 내부 정보가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이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이용됐는지는 미궁에 빠진 채로.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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