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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맞서는 김앤장?

등록 2012-04-03 14:52

&raquo; ‘김앤장=삼성’이라는 등식에는 오해가 있다. 로펌에는 삼성보다 외국 기업이나 다른 그룹들이 더 큰 손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겨레> 김진수
» ‘김앤장=삼성’이라는 등식에는 오해가 있다. 로펌에는 삼성보다 외국 기업이나 다른 그룹들이 더 큰 손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겨레> 김진수
한겨레21
[초점] 삼성 경영권 승계 소송 대리한 ‘김앤장’, 스마트폰 소송에선 애플 대리하고 상속분쟁에선 제외돼… 광장이 삼성 소송 많이 맡고, 이맹희 쪽 대리해 ‘삼성 킬러’ 별명 붙은 로펌도 삼성과 일해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바른, 로고스, 충정, 지평지성, 원, 동인, 한결.

이렇게만 써놓으면 업계 사람이 아니거나, 송사 한 번 치르지 않은 이들은 무슨 조합인지 알아먹기 쉽지 않다. 맨 앞에 ‘김앤장’을 올려놓으면 그제야 ‘로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만큼 김앤장의 존재감은 크다.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데는 ‘업계 1위’라는 좋은 의미와, ‘한국 사회에 군림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섞여 있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지닌 효과와 비슷한 셈이다. 그런 탓인지 사람들은 곧잘 ‘삼성=김앤장’이라고 등치시킨다. ‘최고는 최고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으레 삼성이 관련한 큰 사건은 김앤장이 맡을 거라는 짐작이 이런 믿음과 신화를 떠받든다. 실제 삼성에는 아주 중요한 장면에서 김앤장이 등장하곤 했다. 김앤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서 결정적 고리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소송의 변호와 법률대리를 맡았다. 어찌 보면 삼성의 가장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본 것이다.

김앤장 “오히려 삼성 상대 사건 많았다”

부끄러운 속살까지 보여줬다고 해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기술·디자인을 두고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의 소송이 그렇다. 한국에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김앤장과 업계 2위권(변호사수·매출액 기준)으로 평가되는 법무법인 광장이 맞붙고 있다. 애플이 김앤장을 선임했고, 삼성전자는 광장을 선임했다.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김앤장과 업계 5~6위로 평가되는 법무법인 율촌이 붙었다. 애플은 김앤장을, 삼성전자는 율촌을 골랐다. 한국은 아직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다. 미국 기업인 애플이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김앤장을 택했다. 김앤장은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광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지적재산권팀이 있다.

상속분쟁으로는 최고액으로 기록될 삼성가 상속분쟁 소송의 로펌 대결 구도도 흥미롭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과 누나인 이맹희·숙희씨는 법무법인 화우를 앞세워 큰 판을 벌였다. 화우는 율촌과 함께 업계 5~6위로 평가된다. 한동안 숨을 고르던 이 회장 쪽은, 법무법인 태평양·세종·원 소속 율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삼성 쪽은 “전문 분야와 실무 역량을 고려해 법무법인에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세종은 광장과 함께 업계 2위권 그룹을 이룬다. 김앤장은 여기서도 빠졌다.

다양한 시각 보려 여러 로펌에 맡겨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우리를 자꾸 삼성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오해다. 일일이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오히려 우리가 삼성을 상대로 한 사건이 많았다”고 했다. 2007년 일본 샤프와 삼성전자 사이에 액정표시장치(LCD) 특허권 침해소송이 있었다. 김앤장은 삼성전자가 아닌 샤프를 대리했다. 삼성전자 대리인은 애플 소송에서처럼 광장이었다. 김앤장의 또 다른 변호사는 “솔직히 삼성이 우리한테 의뢰를 잘 하지 않는다. 삼성은 그룹 법무실 변호사만 300명은 된다. 대부분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필요한 한도 안에서 외부 로펌을 쓴다”고 했다. 삼성은 한국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사내 변호사(인하우스카운슬·In-House Counsel)를 가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이 ‘루틴한’(일상적인) 자문 업무를 의뢰하기는 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 ‘큰 건’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김앤장 쪽은 상속분쟁 소송에서 빠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애플’을 들었다. “애플사를 대리하는 마당에 이 회장 쪽에서 우리에게 요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애플사 입장에서도 큰 소송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상대방 회장을 돕는 쪽에 선다면 좋지 않게 비칠 것이다.” ‘쌍방대리’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앤장은 과거 진로그룹-골드만삭스, SK그룹-소버린 사이에서 쌍방대리 의혹을 산 바 있다. 이번에는 태평양이 쌍방대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상속분쟁 소송에서 이 회장 쪽 대리를 하는 태평양은, 2005년부터 이 회장을 상대로 한 삼성자동차 채권단 소송에서 채권단 쪽 대리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 법률시장 정보제공 업체 ‘리걸500’이 로펌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김앤장은 공정거래·금융·인수합병·조세 등 14개 전 분야에서 1등급을, 광장은 분쟁 해결 분야를 뺀 13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기업마다 취향이 있겠지만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한 로펌과만 일하는 것은 힘들다. 기업들은 큰 사건이 생기면 다양한 시각에서 보려고 한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사안별로 판단해 로펌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일을 줄 때는 ‘A로펌 50, B로펌 30, C로펌 20’처럼 쪼개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의 경우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은 몇몇 사건을 김앤장이 수임해서 그렇지, 애플 소송 이전에도 중요 사건들은 광장에서 많이 수임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광장이 2위라고 하지만 김앤장과 실력 차이는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고 했다. 샤프-삼성전자 소송은 일방적 승자 없이 ‘합의’로 끝났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 ‘반대쪽’에 선다는 것은 결단이다. 재계 1위인 삼성은 법무실이 세기는 하지만, 로펌들에는 여전히 큰 고객이다. 상속분쟁 소송에서 이맹희씨 쪽을 대리하는 화우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이에 대해 화우의 정진수 변호사는 “우리가 ‘삼성 킬러’라는 식으로 보도가 나가는데, 이해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삼성 계열사들과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올해도 삼성 계열사 관련 업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특정 회사의 여러 고민스러운 법률적 문제를 보게 되는데, 그 회사를 공격하는 소송을 동시에 맡을 수는 없다. 그런 이해충돌 문제로 맡지 못하는 사건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태평양과 김앤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10대 로펌에 사건 흩어놓는 이유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진의 친인척이 특정 로펌에 있어 해당 로펌을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이는 특별한 경우다. 로펌들은 “어느 기업과만 긴밀한 경우는 없다. 그래서는 먹고살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5대 로펌 관계자는 “의사가 예뻐하는 환자가 있을 수 없다. 항상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송이 많이 걸리는 건설사들은 주요 로펌에 골고루 사건을 준다. 10대 로펌 관계자는 “심하면 10대 로펌 대부분에 사건을 흩어놓는다. 그럴 경우 소송 상대방은 실력 있는 로펌을 선임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5대 로펌 관계자는 “한국은 법률시장 정보가 제한돼 있다. 현실적으로 김앤장이 1위인 것은 맞지만, 1위 프리미엄도 무시하지 못한다”며 “회장님이 ‘사건 어디에 맡겼느냐’고 하면 ‘1위에게 갔습니다’라는 식의 ‘묻지마’ 쏠림 현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쪽은 “최근 외국 평가기관에 의해 김앤장이 조세 분야 세계 12위, 국제중재 분야 세계 30위로 선정됐다. 국내 로펌보다는 외국 로펌과의 경쟁이 문제”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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