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정체가 뭐야?’ 이슬람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를 촉발한 영화 <무슬림의 무지>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사기꾼이자 어린이 성도착증 환자로 묘사했다. 유튜브 갈무리 화면
한겨레21 929호
[세계] 아무도 무함마드 모독한 영화 <무슬림의 무지> 전편 본 사람 없어
감독 ‘샘 배실’은 이집트 출신 콥트교도?
이슬람권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를 촉발한 영화 <무슬림의 무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다. 현재로선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조차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영화를 제작·감독한 사람은 ‘샘 배실’이란 인물로 알려졌다. 샘 배실을 자처한 인물이 <월스트리트저널> 등과 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이 영화의 제작비는 총 500만달러로 유대인 100여 명의 기부를 받아 충당했다. 촬영은 2011년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졌고, 배우·스태프 등 모두 80여 명이 참여했다. 총 상영 시간은 2시간 남짓인데, 처음이자 유일한 시사회는 지난 6월23일 할리우드의 바인극장이란 곳에서 진행됐다. 시사회 참석자 수는 ‘10명 이하’였다는데, 그나마 영화 전편이 상영되지도 않았단다.
인터뷰마다 바뀌는 샘 배실의 나이 지난 7월 샘 배실은 14분 남짓한 영화의 예고편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애초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하던 이 영화는 역시 샘 배실이 지난 9월4일 아랍어 더빙을 입혀 올린 뒤 조회 수가 폭증했다. 반미시위가 들끓기 전까지 이 영화 예고편의 조회 수는 약 45만 건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주를 근거로 활동하며 지난해 이슬람의 성서인 코란을 불태워 논란이 됐던 테리 존스 목사가 이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려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는 애초 ‘사막의 전사들’이란 제목으로 제작됐단다.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 신디 리 가르시아는 지난 9월12일 인터넷 매체 <고커>와 한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 각본상으론 2천 년 전 이집트인들의 삶을 다루는 내용이었고, 주인공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니었다”며 “영화가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예고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슬람과 관련된 대사가 모두 사후에 더빙된 것임을 알아챌 수 있다. 예고편만 놓고 보면, 영화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난봉꾼·사기꾼이자 어린이 성도착증까지 있는 것으로 그린 영화의 전편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편을 다 봤다는 사람도 찾을 수 없다.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이 “영화가 실제 제작된 게 아니라, 예고편만 찍어 공개했을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샘 배실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초 그는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56살의 이스라엘계 미국인 부동산개발업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에선 ‘52살’이라고 말을 바꿨고, 유튜브에 올린 프로필에는 ‘74살’로 돼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등록된 부동산개발업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영화계에서 샘 배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인물이 하나 있기는 하다. 은 이집트 출신으로 콥트교도(기독교 분파) 단체를 이끌고 있는 모리스 사데크란 인물을 통해 샘 배실의 전화번호를 확보했단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역추적해 확인한 소유자의 주소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주택에는, 역시 이집트 출신 콥트교도인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란 인물이 살고 있었다. 은 “그는 자신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은 인정했지만 샘 배실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교묘하게 이름 가린 금융사기범의 취재 결과, 나쿨라는 2010년 금융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 기록을 보면, 그는 ‘니콜라 배실리’ ‘로버트 배실리’ 등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했다. 미 법무부에 딸린 연방교정국(FBP)의 자료를 보면, 나쿨라는 지난해 6월22일 출소했다. 은 “나쿨라는 인터뷰 도중 (자신이 샘 배실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꺼내 보여줬는데, 손가락으로 중간이름인 ‘배실리’를 교묘하게 가렸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감독 ‘샘 배실’은 이집트 출신 콥트교도?
이슬람권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를 촉발한 영화 <무슬림의 무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다. 현재로선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조차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영화를 제작·감독한 사람은 ‘샘 배실’이란 인물로 알려졌다. 샘 배실을 자처한 인물이 <월스트리트저널> 등과 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이 영화의 제작비는 총 500만달러로 유대인 100여 명의 기부를 받아 충당했다. 촬영은 2011년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졌고, 배우·스태프 등 모두 80여 명이 참여했다. 총 상영 시간은 2시간 남짓인데, 처음이자 유일한 시사회는 지난 6월23일 할리우드의 바인극장이란 곳에서 진행됐다. 시사회 참석자 수는 ‘10명 이하’였다는데, 그나마 영화 전편이 상영되지도 않았단다.
인터뷰마다 바뀌는 샘 배실의 나이 지난 7월 샘 배실은 14분 남짓한 영화의 예고편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애초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하던 이 영화는 역시 샘 배실이 지난 9월4일 아랍어 더빙을 입혀 올린 뒤 조회 수가 폭증했다. 반미시위가 들끓기 전까지 이 영화 예고편의 조회 수는 약 45만 건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주를 근거로 활동하며 지난해 이슬람의 성서인 코란을 불태워 논란이 됐던 테리 존스 목사가 이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려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는 애초 ‘사막의 전사들’이란 제목으로 제작됐단다.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 신디 리 가르시아는 지난 9월12일 인터넷 매체 <고커>와 한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 각본상으론 2천 년 전 이집트인들의 삶을 다루는 내용이었고, 주인공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니었다”며 “영화가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예고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슬람과 관련된 대사가 모두 사후에 더빙된 것임을 알아챌 수 있다. 예고편만 놓고 보면, 영화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난봉꾼·사기꾼이자 어린이 성도착증까지 있는 것으로 그린 영화의 전편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편을 다 봤다는 사람도 찾을 수 없다.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이 “영화가 실제 제작된 게 아니라, 예고편만 찍어 공개했을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샘 배실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초 그는
교묘하게 이름 가린 금융사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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