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拾壱 / Morning Musume
01. 女と男のララバイゲーム (AL Ver.)
02. ブラボー!
03. Fantasyが始まる
04. 女心となんとやら
05. 愛の炎
06. I'm Lucky girl
07.すんごいマイバースディ
08. 1から10まで愛してほしい
09. 愛しく苦しいこの夜に
10. 電話でね
11. 青春コレクション
01. 女と男のララバイゲーム (AL Ver.)
02. ブラボー!
03. Fantasyが始まる
04. 女心となんとやら
05. 愛の炎
06. I'm Lucky girl
07.すんごいマイバースディ
08. 1から10まで愛してほしい
09. 愛しく苦しいこの夜に
10. 電話でね
11. 青春コレクション
100비트
10년을 훌쩍 넘기는 방대한 역사와 멤버 구성의 유동성을 전면에 내세운 특유의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러나 앨범 한 장을 소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이해까지 생략하진 않겠다. 이를 위해 시간을 2007년으로 되돌린다. 먼저 국내 상황이다. 당시 국내에선 소녀시대가 데뷔했다. 소녀시대가 처음 소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닝구무스메를 떠올렸다. 멤버가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푸념의 원조이자 대규모 그룹의 상징처럼 인식된 것이 모닝구무스메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모닝구무스메의 인원도 아홉 명이었다. 한때 열여섯 명에 달했던 멤버 숫자를 줄이고 줄인 결과다. 그러나 단순한 우연의 일치를 말하자고 시간을 2007년으로 돌린 것은 아니다. 2007년은 국내에서 아류처럼 받아들여진 한 신인 그룹이 등장하고 본토의 원조가 대전환기를 맞이한 해다. 그리고 [Fantasy! 拾壱]는 그 원조의 대전환기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고스란히 담은 앨범이다.
6대 리더 다카하시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한 구성은 내수 시장에 전혀 어필하지 못했고 중국인 멤버 둘을 영입하면서 의식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했다. 문제는 그 체제 전환이 무리한 세대교체 끝에 둔 악수였다는 점이다. 그룹이 누린 영광을 경험한 멤버들은 대책 없이 졸업했고 새로 입학한 멤버들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로 인한 가장 잔인한 장면은 부진한 실적이 아니라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Fantasy!拾壱]를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체제 전환의 사명을 띠고 입학한 바로 그 중국인 멤버들이다. 이는 2007년 이후의 시간을 스스로 실패라 규정하고 부정하는 모양새다. 결단이 다소 주춤했을 뿐 실행은 빠르다. 외견상 두 장의 정규 앨범을 한 해에 몰아주는 이례적인 성의를 보였지만 내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카메이 에리 정도를 제외하면 이번에 졸업하는 멤버들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별로 향상된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기회의 문은 언제나 좁았다. 그 점이 제일 씁쓸하다.
결과물을 풀어 가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담담하다. 싱글로 먼저 공개한 바 있는 ‘여자와 남자의 자장가 게임(女と男のララバイゲーム)’과 ‘청춘 컬렉션(青春コレクション)’이 시작과 끝에 배치되었고 늘 그랬던 것처럼 프로듀서 층쿠♂가 모든 곡을 도맡았다. 특유의 ‘뽕끼 휘날리는’ 멜로디도 여전하다. 일부 정형화된 패턴을 지나치게 고수한 것도 도태된 원인 중 하나지만 특별히 개선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층쿠♂가 아닌 다른 프로듀서가 음악을 전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이야말로 하로! 프로젝트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다른 여지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편곡의 힘이다. 편곡만큼은 층쿠♂가 아닌 다른 전문가들이 분담한다. 일본 아이돌 음악은 힙합과 일렉트로닉에 의존하는 경향이 적어서 국내 대중이 듣기에 신선하게 와 닿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보통은 거부감을 먼저 느낄 공산이 크기에 자신 있게 권하고 싶진 않다.
앨범은 장르적 특징보다 멤버들이 파트를 나눈 곡과 특정 개인이 주도한 곡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번에는 후자에 속하는 곡들이 더 마음에 든다. 특히 카메이에리가메인으로 나선 ‘사랑해서 괴로운 이 밤에(愛しく苦しいこの夜に)’와 다카하시 아이가 단독으로 부른 ‘전화로 말이야(電話でね)’ 등 후반에 배치된 곡들이 좋았다. ‘사랑해서 괴로운 이 밤에’는 애니메이션 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진행이고 ‘전화로 말이야’는 힙합/알앤비 프로듀서로 유명한 아키라가비트를 담당해 깔끔하게 완성되었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전작보다 낫지만 멤버들이 대거 졸업하는 데 따른 특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곧 9기 오디션을 거쳐 새로운 멤버들이 영입된다. 그전까지 모닝구무스메는 누가 봐도 어색한 5인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인원이 보강되더라도 어색함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다카하시 아이 체제에 남다른 애정을 지녔기에 이번 종결도 아쉽다. 2007년의 그때보다 헐거운 상태로 맞이하는 새로운 출발에 행운을 빈다.
글 / 문정호 대중음악 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