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은 “문학에 관해선 어제가 없다”고 말했다. “제일 좋은 시는 오늘 쓴 시”라고 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경남도 산하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가 4대강 사업의 사실상 중단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경남도가 위탁받은 낙동강 공구는 준설에 따른 탁수, 불법매립된 폐기물 등으로 인해 상수원 오염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경남도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강 준설토 처리를 위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선 원점에서 재검토해 문제가 있는 곳에선 사업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권고했군요.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지사는 “보고서를 검토해 이달 안에 경남도의 공식 방침을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하네요.
한 통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쓴 겁니다. 에이포(A4) 용지 5장에 손수 글을 써서 86명의 민주당 의원들 방에 일일이 전달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한때의 그 이력이 오늘까지 이렇게 무거운 멍에가 되고, 고비마다 족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한때의 그 이력’이란 김 의원이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았다가, 잔류 민주당이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신한국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에 몸담게 됐던 것을 가리킵니다. 손학규 신임 민주당 대표의 당직 개편 때 일부 언론에서 김 의원은 ‘영남’에 ‘한나라당’ 출신이라 배제됐다고 분석하자 참담한 마음이 들어 펜을 들었다는군요.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몸담았다는 것이 원죄라면 언제든지 그 값을 달게 치르겠습니다. 부디 외면하지만 말아주십시오”라는 호소가 애절합니다. 그의 인간적인 읍소가 절절한 지, 아니면 정치인으로서의 처신이 무거운 것인지 한 번 재보시지요. ☞기사보기
다음은 시인의 얘기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해서 사람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던 고은 시인입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인구에 회자된 뒤 처음으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의 제목이 “이태백 콤플렉스 드디어 사라졌어”라고 돼 있네요. 무슨 뜻인가 싶어 기사를 읽어내려가니 “콤플렉스가 있었어. 이태백은 술 먹고 명작을 썼는데, 난 술 먹고 졸작을 써요”란 구절이 보입니다. 그리곤 “해마다 이맘때면 선생님과 관련해서 무슨 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굉장히 궁금해합니다. 상이란 무엇입니까?”란 질문이 이어지고 “상이 없을 때 이태택이 있었어”란 답변이 나옵니다. 그제서야 제목의 뜻이 노벨상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다짐으로 읽힙니다. 기사 중간에 시인이 괜찮다고 자평하는 싯구가 있습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큰 세상을 바라보았다.” 역시 제목과 통합니다.
유강문 e뉴스부장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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