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여권의 집중공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고 했다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훼방꾼’이라는 표현은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당시 배석했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시 부주석이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방해’라는 표현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정부는 이번 일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가 왜 한국에 비판적인가,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건가, 대중국 외교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잘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시 부주석이 정확하게 어떤 표현을 했는지는 곁가지일 뿐입니다. 지난 18일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에서 사실상 차기 중국 지도자로 확정된 시 부주석이 자신의 지난해 발언을 두고 한국에서 엉뚱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외교부내 중국 담당 과를 지금의 1개에서 2개로 늘리겠다는 외교부의 방침도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한반도 정책을 재정립하고 실천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여권의 행태를 보면 엉뚱한 쪽으로 빠지고 있으니까요.
영국 대사관 앞에서는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가 기업업 슈퍼마켓(SSM) 규제법안과 관련해 집회를 갖고 대사관 쪽에 항의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으려고 영국 정부가 부당한 로비를 해왔다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바로 우리 정부에 있습니다. 영국의 로비를 받아들인 것도 우리 정부이고, 최근 체결된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프랑스에 중소중소상인 보호 조항을 내준 것도 우리 정부이니까요. 우리 중소상인과 외국 중소상인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외교는 누구를 위한 걸까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20~21일 이틀간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립니다. 최대 현안인 미국-중국 환율전쟁과 관련해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어떤 기여를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외교역량이 단번에 크게 비약하는 일은 없다는 점입니다. 대중국 외교와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 등에서 나타난 우리 외교의 취약성을 보면, 겉멋보다는 폭넓은 시야에 바탕을 둔 올바른 방향 정립과 책임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해보입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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