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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속도전

등록 2010-11-04 16:19수정 2010-11-05 09:23

경복궁의 얼굴인 광화문 현판에 멀리서도 눈에 보일 정도로 크고 작은 균열이 생겼네요. 원형복원 공사를 2006년 12월 시작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식 때 선보인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장인들의 기술이 시원찮다기보다는 정부의 무리한 속도전에 혐의가 갑니다. 애초 오는 12월 공사를 끝낼 예정이었으나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광복절에 맞추려고 두 번이나 공기를 앞당겼다고 하죠.

막무가내 속도전을 얘기하자면 4대강 사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날마다 기사가 쏟아지는데도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이 사업의 주요 수질개선 대책인 하폐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해 올해 예산 집행률이 4.2%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있네요. 모든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수질이 나빠질 것으로 의심되는 판에 기본적인 오염방지 시설조차 하지 않으니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낙동강 선사유적이 준설토에 덮이게 됐다는 또 다른 기사는 이런 일이 이미 여러 차례 있다 보니 그렇게 새롭지도 않네요. 엊그제는 검찰이 4대강 사업 소송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장과 재판장 집무실을 찾아가 조속한 소송 진행을 요구하는 월권까지 저질렀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속도전이라는 말은 종합편성채널 세부심사안 토론회에서도 나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내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선정하려고 일정을 무리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거죠. 토론회에서 한석현 YMCA 방송통신팀장은 “(방통위가) 너무 속도전으로, 북한처럼 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로서는 희망 사업자인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키고 가릴 건 가리야죠.

한 팀장의 지적대로 속도전은 북한이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쓴 말입니다. 경제건설과 예술작품 창작 등에서 짧은 시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운동이었지요. 그 전제는 주민들의 조직화와 사상통제입니다.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든 주어진 목표만 달성하라는 거죠. 당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의 행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수십년 전 자본형성기에 구축된 이런 관성이 지금 이명박 정부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속도전이 필요한 분야가 있습니다. 대국민 서비스가 그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문제 해결은 빨리, 개발은 천천히’ 하기로 했다는 <한겨레> 기사가 눈에 띄네요.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는 사항은 재빨리 처리하되, 제품 개발 과정은 조금 더 느리게 해서 품질에 대한 고려를 더욱 많이 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도 최소한 국민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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