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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일남과 조지 워싱턴

등록 2010-11-27 08:32

 “처참하게 부서진 집과 마을을 놔둔 채 황급히 섬을 비우고 떠나온 사람들의 겁먹은 표정에 지난날의 전란마저 겹쳤다. 등 굽은 할머니의 지팡이에서, 엄마 손을 꼭 잡은 아이의 눈에서 6·25를 떠올린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소설가 최일남 선생이 ‘연평도 생각’이라는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한겨레>가 여는 ‘삶의 창’ 필진으로 들어오시고 처음 보내오신 글입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그로 인한 피란 행렬에서 예전에 겪었던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신 모양입니다. 28일부터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터라 그 기억의 여운이 길게 느껴집니다. 그 글의 끄트머리를 잠깐 소개합니다.

 “생사람을 해치고도 도도하기 짝없는 저들의 오만한 콧대를 꺾고 싶은 심정은 다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냉철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 맥 빠지게 들릴지언정 그게 곧 민주국가의 힘 아닐까. 응징할 때 응징하더라도 지금은 긴 눈으로 나라의 앞날을 겨냥해야 한다고 믿는다. 확전을 피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게 수다.”

 그러나 현실은 선생의 소망대로만 굴러가진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보복타격을 공언한 서해상 한·미연합훈련이 28일부터 시작합니다. 한·미 두 나라는 이번 훈련이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설명하지만, 훈련 해역을 처음으로 서해 중부까지 끌어올림으로써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이끄는 강습단은 충남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조지워싱턴호에는 전폭기 슈퍼호넷과 호넷 등 항공기 80여대가 실려 있습니다. 딸린 전투력까지 더하면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거친 대변인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북남관계는 전쟁전야의 험악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맞받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기질이다.” 그리곤 “말로 경고하던 때는 지나갔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말대로라면 실제로 무슨 행동을 하겠다는 것일까요? 휴일을 맞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유강문 e뉴스부장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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