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사태과 관련한 국민여론을 한번 정리해볼 시점입니다. 가끔씩 보면 똑같은 국민인데도 상반되는 조사결과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 가운데 (1)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11월30~12월1일, 일반인 700명 대상), (2)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11월27일, 800명), (3)아산정책연구원-리서치앤리서치(11월27일, 1000명), (4)한국대학신문(교수 104명) 등 네가지 조사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포격에 대해 정부가 대응을 ‘잘못했다’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4분의 3에서 3분의 2가 동의했습니다. 단 (1)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여기에 51.2%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불안감은 (2)의 조사에서 81.5%로 매우 높습니다. 2006년 북한 1차핵실럼(63.8%), 지난 3월 천안함 침몰(75.4%) 때 이상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차이가 납니다. 연평도 도발 원인에 놓고 (2)에서는 ‘대결과 긴장 국면으로 몰고간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51.3%)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에 의한 지원으로 무력을 증강했기 때문’(39.4%)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1)에서는 ‘김정일 정권의 속성에 따른 것으로 남한 측의 정책과는 무관하다’(39.1%),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정책 때문이다’(35.8%), ‘이명박 정권이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15.4%) 순서로 나타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우선 (1)은 질문 자체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도발, 농축우라늄 핵 개발 등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로 좀 다르고, ‘북한 체제의 속성’이라는 선택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1)의 조사결과를 보도한 신문은 나아가 그 항목을 빼고 “북도발 원인 ‘햇볕정책 탓’ 36% ‘MB강경책 탓’ 15%”로 제목을 뽑았군요.
대응방법과 관련해서도 (2)에서 ‘전투기로 폭격했어야 한다’(39.3%)는 응답보다 ‘전투기 폭격을 자제한 것은 적절했다’(56.6%)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또 추가 도발이 있을 때 대처 방안을 묻는 (4)의 질문에 ‘즉각 무력 대응해야 한다’와 ‘인내심을 갖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각각 30.8%로 똑 같았습니다. (1)에서도 ‘유사한 도발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하되 전면전 없도록 군사행동은 제한적으로’(45.5%)와 ‘군사력으로 몇배 강하게 응징’(44.9%)이라는 응답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1)에서 ‘이번에 우리 군이 전투기로 폭격하는 등 더욱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동의한다’가 무려 83.4%로 ‘동의하지 않는다’(14.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또 (3)에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현재와 같은 강경한 태도’(64.8%가 ‘지금보다 온건한 태도’(30.4%)보다 많았습니다. 전반적으로 (1)의 조사결과가 다른 것보다 눈에 띄게 강경한 내용이군요.
과거 예로 볼 때, 우리 국민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대체로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정치세력들은 국민의 뜻을 입맛에 맞게 윤색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한가지 정보만 갖고 판단을 내리지 말고 두루두루 살펴보실 것을 권합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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