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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잘 ‘뚫리는’ 정권, 왜 그럴까

등록 2010-12-23 15:00

구제역이 경상북도와 경기도에 이어 강원도 평창·화천으로 번지더니 오늘은 강원도 춘천·원주 등에서도 양성이 확인됐네요. 말 그대로 비상사태입니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견된 지 한달 가까이 지났으나 수그러들기는커녕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네요. 정부가 백신 접종을 한다지만 백신이 발병은 막지만 바이러스 감염·전파는 차단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축산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뚫린 것은 구제역 방역망만이 아닙니다. 연평도 포격 때도 확실히 뚫렸죠. 사전에 징조를 포착하고 적절한 조처를 했더라면 남북한 및 동북아 전체가 지금처럼 심한 갈등에 휩싸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부 주장대로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게 맞다면 그때도 어이없이 뚫린 거죠. 지금 중국과 갈등을 빚는 ‘불법 조업 중국어선 침몰’ 문제도 결국 서해어장이 중국 어선 쪽에 뚫렸기 때문에 일어난 거죠. 성격은 다르지만, 검찰이 의욕적으로 한 ‘한명숙 옭아매기’ 수사도 돈을 건넸다는 사람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확실하게 뚫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뚫려 말레이곰 ‘꼬마’가 보름이나 청계산을 헤맸습니다..

지금 정부가 뚫리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뚫는 것도 잘 합니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죠. 이 사업의 핵심 공정인 준설과 보 건설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겠다니, 국토를 뚫는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강가를 파헤치기 위한 친수구역특별법도 내년에 본격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준설공사 과정에서 필요한 하천 퇴적물의 관리기준은 준설 공사 이후에야 마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난번 예산안 날치기 처리 역시 마음만 먹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뚫어버리는 모습을 잘 보여줬죠.

이명박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 통제와 질서를 앞세웁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곳곳에서 뚫릴까요? 바로 그 통제·질서의 성격과 방법에 원인이 있습니다. 무엇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려면 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이 협소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안보 사안에 대한 경직된 태도, 각종 집회와 인터넷 여론에 대한 혐오, 과거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그런 예입니다. 게다가 방법 면에서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내기보다는 강압적이고 권위적입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용산 및 쌍용차 사태 등 물리력 의존 선호 행태, 앞뒤 안 가리는 낙하산 인사 등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겉보기는 그럴 듯하더라도 실제로는 도처에 구멍이 생겨 있는 거죠. 구제역 확산이나 안보 사안에 대한 부절적한 대처 등은 평소 국가조직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일어지지 않을 일들입니다.

무슨 일이나 일단 뚫리고 나면 대처가 힘들어집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되는 거죠.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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