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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정당한가?

등록 2011-07-12 20:14

최봉석 동국대 법대 교수
최봉석 동국대 법대 교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고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추진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불법 서명 등 위법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올해부터 서울시내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키자, 이에 반대하는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를 제안하면서 양쪽의 갈등이 시작됐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무리하게 주민투표를 추진한다는 비판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주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은 정당한 것인지 두 법학자의 견해를 들어본다.

주민투표법 7조 2항 위반이다

주민투표 대상이 아닌 ‘예산에 관한 사항’,
‘재판중인 사항’이며 교육청 관할 사무이다

‘보편적 복지’니 ‘선택적 복지’니 하는 이른바 복지 논란은 이미 장안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서 무상급식을 주민투표로 막겠다는 서울시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서울시의회의 총성 요란한 전투가 전개되고 있다.

물론 우리 헌법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한다”(117조 1항)고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에 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요즘과 같은 지방의회의 본격적인 견제구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입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주민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지방자치의 실질적 주인은 주민이다. 따라서 ‘무엇이 주민을 위한 것인가’가 문제의 답을 얻는 유일하고도 정의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에 관한 갈등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로부터 출발한다. 이후 시장의 재의 요구와 시의회의 재의결 및 직권공포로 이어지는 갈등은 지난 1월 서울시가 대법원에 제기한 ‘조례무효확인소송’을 거쳐 주민투표 청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어이없는 법적 무지를 바탕으로 어처구니없는 무리를 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학교급식법’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에 관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고(3조 1항) 급식시설·설비의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8조 1항) 규정하고 있다. 즉, 학교급식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오직 ‘지원’인 것이다. 반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학교급식법’ 및 이 법 시행령은 급식비의 지원액 및 지원 대상을 학교급식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감이 정하도록(10조 1항) 규정하고 있다. 즉, 급식비의 지원 또는 무상급식의 실시 등은 지방자치단체장(시장)이 아닌 교육감의 소관사무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이 점을 알았던 것 같다. 조례의 명칭이 “…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이니 말이다. 그러나 시장은 몰랐던 것 같다. 자신이 아닌 교육감의 권한에 관해 ‘당당히’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니 말이다.

‘주민투표법’ 7조 2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으로 ‘재판중인 사항’,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조례는 무상급식 비용의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예산에 관련된 조례이다. 그리고 현재 그에 관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또한 무상급식의 실시 여부는 시가 아닌 교육청의 관할 사무다. 결국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이는 주민투표법 7조 2항 1·2·3호를 각각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대법원의 판결 여부를 도외시한 것으로서 사법부를 무시하는 조처라 아니할 수 없다.

주민투표제는 1994년 ‘지방자치법’에 처음 등장한 이후 10년 만에야 비로소 법률이 제정되는 질곡 어린 입법과정을 거쳐왔다. 그런데 비로소 지방자치 현장에서 초유의 현안 문제에 관해 이루어지는 주민투표가 시장의 오판에 따른 위법한 것인 때, 안타깝게도 그 모든 불법과 낭비의 책임은 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친환경 무상급식이 주민투표법이 요구하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결정”인지, 오히려 위법한 주민투표가 주민에게 부담을 주는 결정인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교육기본권은 ‘국민의 권리’이기 이전에 ‘인간의 권리’라 하고 있다. 부자의 아들·딸에게 무상급식이 필요 없다면 그들에게는 공교육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무상급식은 약자의 소외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약자의 돈으로 강자를 교양하는 적극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과연 이것이 복지포퓰리즘인가? 또 이것이 만약 복지포퓰리즘이라면, 위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내야만 하는 것인가? 오세훈 시장은, 아니 우리 모두가 먼저 답해야 할 문제이다.

최봉석 동국대 법대 교수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최후의 정치적 결정은 주권자 몫

자치사무 대상으로 한 진정한 첫 주민투표…
시민의 복지담론 형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주민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이 있었고 검증 결과 법정 요건이 충족되면 주민투표가 발의되어 실시될 것으로 본다. 주민투표는 지역의 현안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그 논의 과정에서 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논의하게 되고, 스스로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정치교육적인 의미도 크다.

또한 정책결정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하여 번복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는 경고적인 의미도 가진다. 지방정치인 사이에 극한적인 대립이 있어서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주권자인 주민이 직접 최종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점에서 주민투표는 일상적인 대의제도를 보완하는 예외적이고 최종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번 서울시의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이 제정된 이후 세 차례 실시된 주민투표와는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실시된 주민투표 중 두 차례는 충북 청주와 청원의 시·군 통합이나 제주도 시·군 폐지에 관련된 것이고, 또 한 차례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의 입지 선정을 위한 것이었다. 모두 국가사무를 수행하는 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투표였다. 아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를 주민의 의사로 결정하기 위해 주민이 청구하여 발의한 진정한 의미의 주민투표는 없었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실시될 예정인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는 자치사무에 대한 주민투표로는 처음 실시되고 주민들이 청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서울시의 주민투표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견해가 있으나 주민투표법에서 요구하는 주민의 서명 요건을 충족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미 시의회에서 의결한 조례에 대한 불복 절차로 대법원에 제소가 돼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르면 되는 것이지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민투표의 본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된다. 주민투표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하여 법률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정치적인 결정을 하는 데 의미가 있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근거가 된 조례의 적법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주민들이 무상급식 지원 여부 자체에 대해서 주민투표로써 최종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하는 데 주민투표의 의미가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든지 상관없이 주민투표로 결정된 사항이 우선하며, 그 범위 안에서 그 근거가 되는 조례의 효력은 제한된다. 유럽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주민투표는 지방의회가 의결한 것에 대해서 주민들이 번복을 하기 위하여 실시되고 있다. 이 점에서 주민투표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음으로 이 사안을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주민투표의 적법성과는 별개로 논의되어야 한다. 찬반 여부를 떠나서 학교급식에 관해 시장과 시의회 사이의 갈등이 극심하여 시정이 마비될 수준에 이르렀고, 시 예산 사용의 우선순위에 관련된 문제로서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주민투표는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복지사회의 출발선상에서 어떤 복지모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의 합의를 도출하여 향후 그 방향을 결정하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을 넘어 시민들 사이에 복지담론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다만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기 때문에 비싼 의사결정 비용이 든다. 개선을 위한 방안도 차제에 검토되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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