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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제주 해군기지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등록 2011-08-30 19:19

문대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문대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지난 5년 동안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어온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이 오는 9월3일 강정마을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경찰력 투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29일 법원은 정부와 해군이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사방해 금지 등 가처분신청’에 대해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적 다툼이나 물리적 충돌을 피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주민투표로 강정의 아픔 극복하자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많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고
반대가 많다면 정부가 책임지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제주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오랜 시간 동안 아파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픔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병세가 어느 정도인지, 환부가 어디인지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 우리 모두가 4년이 넘도록 신음하는 ‘강정 해군기지’라는 환자를 너무 방치했는지 모른다. 필요하다면 치료를 위해서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아프지만 ‘갈등의 농’을 짜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제주공동체에 화합이라는 새살이 돋는다고 생각한다.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은 평화적 해결, 상호존중의 원칙, 신속한 해결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축으로 해서 이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로드맵을 그려내야 할 때다.


평화적 해결의 원칙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떠한 방법으로 평화적 해결을 이루느냐에 있다. 정부는 남방해역을 지키기 위해서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 최적지는 반드시 강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강정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 가능한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논쟁의 결론을 유보하더라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민주성, 절차적 정당성, 입지 선정의 문제 등에 대한 논쟁은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 하나하나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하되 왜 하필 강정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마땅히 제시해야 한다.

유사한 국책사업이 진행된 예를 봐도 소통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경우 주민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89개 사업에 18조8000억원의 지원을 확정했다. 그러고 나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정부 쪽 인사들이 무려 160여차례에 이르는 주민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끈질기게 대화와 설득을 하면서 사업을 추진했다.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건설 과정의 갈등 해결은 어떠한가? 대통령의 제안에 의해 주민투표가 시행되었다. 그리고 지원특별법 제정, 특별지원금 3000억원 지원과 55개 사업 3조5431억원의 지원책을 정부 5개 부처가 공동 명의로 발표한 후 주민 동의를 구하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는 갈등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지원 방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도민적 요구에 대한 외면·무시·묵살로 일관해온 것이 정부의 태도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의 해법으로 도민들에게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줄 것을 제안한다. 최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장하였듯이 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 수가 훨씬 많다면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주민투표는 찬성 쪽과 반대 쪽 모두에게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기회이자 위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많다면 반대 쪽은 이를 수용하고,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절차적 정당성을 얻게 됨과 동시에 당당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가 많으면 정부는 그동안 입지 선정 과정이나 정당성 등의 문제에 책임을 지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도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또한 국책사업의 최고 결정권자인 정부에 요구한다. 현재 제주도 안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해군기지 건설 예정부지 내 농로 용도폐지에 따른 행정대집행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대집행을 위한 공권력 투입이나 공사 강행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 둔다.

조금 있으면 추석이다. 강정마을에도 허물어진 이웃과 친지들이 다시 모여 정답게 정을 나누는 마을공동체가 하루빨리 회복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문대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정부의 소통 노력이 우선이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주민 뜻 무시하고 진행한 만큼
몇 번이든 사업설명회 등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투표를 해도 해야 하는 것이다

내 고향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세우는 문제가 이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희망버스에 이어 ‘평화비행기’를 타고 전국에서 응원인파가 몰려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정부 쪽과 국방부, 해군의 행보도 더욱 빨라지고 수단도 완고해지는 추세다. 제주도의회와 도청도 이제는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주민투표’와 ‘여론조사’라는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라 풀이된다.

제주 해군기지 사업의 문제점은 간결하다. 삶의 터전에 대규모 해군기지를 세우는 사업이 주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정부와 해군은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며 사업을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절차적 문제점이 쌓여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와 주민들의 뜻만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몇 번이 됐든 제대로 된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투표를 해도 해야 하는 것이다. 도의회 등이 꺼내든 ‘주민투표’ 카드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소통과 갈등봉합의 과정이 없이 찬반만을 묻는 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가뜩이나 분열되어 있는 마을을 더욱 파괴하는 일이다. 이미 강정마을은 해군의 협박과 이간질로 주민들이 모두 피폐해진 상태다. 140개나 됐던 친목계, 70개의 각종 모임이 다 깨지고, 경조사에도 해군기지 건설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가지 않는다. 마을 주민 중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사람도 셀 수 없이 많다.

주민들의 바람은 ‘주민투표’가 아닌 ‘원점 재검토’다. 처음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를 중간에서 어찌 풀어보려 할 것이 아니라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 국면을 넘기기 위해 투표를 하거나 공사를 강행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이 문제가 강정마을에 국한되던 시절에는 어떤 쪽이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는지 몰라도 이제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전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게 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어떤 정당이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풀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의 선택권이 판가름할 것이기에 지금 시점에서 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한 방법론은 더 이상 꺼내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보문제가 제주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면 전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또한 동북아 정세에 그토록 민감한 문제라면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어 논의되는 사안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기에 주민투표나 지역적 여론조사는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하고 ‘국민투표’나 ‘전국 여론조사’ 방법이 도마에 오름이 타당하다.

이는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 국제적 관계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를 어떤 방향에서 이끌어 내고 실천해 낼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힘의 논리를 무시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힘의 논리에만 의지해서도 안 되기에 이번 기회에 더 적극적으로 평화와 안정, 한반도 통일에 대한 방향성을 국민에게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안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영원히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어떠한 방법이나 과정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지역 주민인 강정마을 사람들이 지난 5년 동안 겪어 온 고통이 매도되거나 묻혀버려서는 안 된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단지 소박한 마을공동체를 지키려는 소망 하나로 버텨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평화공로상을 주어도 모자랄 판에 매국노로 누명을 씌우는 가혹한 행위는 결국 정부는 국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대상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결과만을 부를 뿐이다. 진정한 안보는 국민의 합의에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공권력을 동원한 문제 해결은 결국 커다란 배를 침몰시킬 균열을 스스로 만드는 행위임을 경고한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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