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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논쟁] 재보궐선거 투표율을 높이려면?

등록 2011-10-25 19:20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재보궐 선거일이다. 서울시장, 부산 동구청장 등 전국에서 광역단체장 1명과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을 시민이 직접 뽑는 날이지만 공휴일은 아니다. 선거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살 이상의 시민들은 출퇴근길·등하굣길에 짬을 내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지정된 투표소에 들러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한번도 50%를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어떨까.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높이려면 어떤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싣는다.

평일 투표의 ‘강제 기권제’를 돌파하자

투표 시간 2시간 연장만으로는
직장인 투표권을 보장할 수 없다
미국서 실시하는 조기 투표제 등
투표 참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상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은 재보궐선거는 공직 선출의 선거로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당선자가 30%의 투표율에 투표자 40%의 지지로 당선되었다면, 그 당선자는 전체 유권자의 12%의 지지만을 받은 셈이 된다. 달리 말해, 그는 100명의 유권자 중 88명이 동의하지 않은 가운데 12명만의 지지로 당선된 것이다. 그 경우 당선자는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나? 그런 점에서 재보선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은 선거 그 자체의 의미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오늘 치러지는 10·26 재보선을 포함하여 선거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유권자 차원에서 볼 때,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 투표에 불참했던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근래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것은 이미 작년 6·2 지방선거부터 시작되었다.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지방선거의 경우 그 투표율은 2008년 총선에 비해 20대의 경우 약 13%, 30대의 경우 약 11%나 증가했다.


그동안 투표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젊은층이 이처럼 적극 투표 참여에 나선 것은 그들이 사회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더 이상 미래를 개척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이제 투표 참여의 집단적 행동을 통해 그 난관을 돌파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회 상층에 비해 투표 불참의 경향이 강한 사회 약자층 역시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유권자 차원에서 이처럼 젊은층과 사회 약자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투표율 상승의 일차적인 관건이라면,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투표율을 높일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정당의 경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책과 후보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10·26 재보선을 지배하고 있는 네거티브 경쟁은, 특히 그것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투표율 상승이 아니라 그 하락을 조장하고 있다.

선관위 역시 투표율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미흡한지는 다음 사례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즉 유권자 자유네트워크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에 출퇴근 시간 조정, 유급 투표시간 보장, 선거 당일 잔업 자제 등에 대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그들과 한국노총·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투표를 위해 각 사업장은 2시간 유급휴가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한다.

투표 참여는 참정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평일에 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사실상의 ‘강제 기권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표 시간을 오후 8시까지 2시간 연장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직장 근무자들의 투표 참여를 보장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출근 걱정으로, 저녁에는 조기 퇴근의 어려움으로 직장 근무자가 투표하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선관위는 아무런 대책 없이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처럼 선거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들이 어렵지 않게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조기 투표제를 실시한다거나, 선거일 당일 직장과 일터로 하여금 그 근무자들의 투표 참여를 허용케 하는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권자 자유네트워크가 제시한 앞의 방안들도 좋은 방안들이다.

그러나 아무튼, 10월26일 오늘이 선거일인 만큼 그 방안들이 당장 시행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이여, 모든 수단을 다해 투표하자. 그리하여 평일 투표의 ‘강제 기권제’를 돌파하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정치 효능감’을 극대화하자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2000년 이후 22차례 재보선에서
40% 이상 투표율 단 두번에 불과
근본적 대안은 유권자들 스스로
투표참여해 ‘소통 정치’ 이끄는 것

대의정치가 위기다. 이는 세계적 현상이다. 확산되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는 경제위기와 삶의 어려움에 직면한 세계시민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이다. 그들은 이제 기성 정치가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성 정치는 ‘사익 우선, 기득권 수호 그리고 불통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공익 우선, 자기희생 그리고 소통의 정치’다.

기성 정치는 대의제가 핵심이다. 대의제는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그들의 대표자를 선택하고 선출된 대표자들이 시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그들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치체제다. 따라서 대의정치는 공공성에 바탕하여 시민의 생활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정치여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정반대였다. 기성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따라서 시민들이 ‘선거, 정당 그리고 의회 중심의 기성 정치’에 반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 징후는 계속 있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제1야당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것이다. ‘시민후보’ 쪽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거 자발적 참여에 나섰다.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 표시의 장기적 징후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투표율이다. 1987년 대선 투표율은 89.2%, 하지만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에 불과했다. 총선도 마찬가지다. 1988년 총선 투표율이 75.8%였는데 2008년 총선 투표율은 46.1%였다. 지방선거의 투표율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투표율은 50% 전후였다.

떨어지는 투표율의 최악 사례는 재보궐선거다. 2000년 이후 치러진 어떤 재보궐선거에서도 50% 이상의 투표율이 한 번도 기록되지 못했다. 2000년 이후 22차례의 재보궐선거에서 4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 이를 분석하면, 10회의 재보궐선거에서 30%의 투표율을 보였고, 20%대를 기록한 것이 9번이었다. 22번 중 20번이 40% 이하의 투표율이다. 가장 낮은 재보궐선거 투표율은 21%였다.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높았던 투표율도 43.5%에 불과했다.

시민 정치참여의 지속적 하락은 대의제 위기의 상징이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람들이 ‘투표의 가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선거를 통해 뽑힌 우리의 대표자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대의제 개선이다. 대의제 아닌 방식의 정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필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근간은 대의제가 맞다. 따라서 시민들이 대의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핵심은 투표 참여다. 참여를 통해 대의제 구성과 운용 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재보궐선거의 경우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더 늘려야 한다. 재보궐 선거일은 공휴일도 아니다. 투·개표 관리의 어려움이 불가피하지만 투표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18대 국회에서 밤 12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규제 중심적’ 선거운동 방식의 자유화가 필요하다. ‘특정 방식에 대해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금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투표 참여를 높이는 근본적 대안은 유권자의 ‘정치 효능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 효능감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투표 참여다. 투표를 통해 우리는 기성 정치와 대의제를 개선할 수 있다. 정치가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투표 참여다. 투표 참여는 ‘공익, 자기희생 그리고 소통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유권자의 마지막 수단이다. 오늘 많은 시민의 참여를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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