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케이티(KT)가 21일,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과 7월에도 같은 신청을 했으나, 잔존 가입자 수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유보된 바 있다. 이르면 오늘(23일) 안으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2세대 서비스의 종료 승인 여부가 결정난다. 현재 케이티의 2세대 서비스 가입자는 15만명 정도로, 전체 가입자 1600만명의 1%가 채 안 된다. 케이티는 서비스 종료가 승인되면 2세대 서비스가 사용하던 1.8㎓ 주파수 대역을 4세대(4G) 이동통신(LTE)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가 미디어 혁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미디어 혁신과 소비자 혁신성
사업자 위축이 시장 경쟁력 약화로
사회적 편익의 감소 초래할 수도…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발전 이끈
소비자의 혁신성은 더욱 강조돼야 이용자 권익,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 케이티(KT)의 2세대(2G) 통신서비스 종료 추진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은 그러나 그리 단순해 보이진 않는다. 해답을 추구하는 과정에선, 갈등의 양상에 따라 각각 다른 상황들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 사용 의지를 가진 이용자의 권익(2G)과 혁신적 변화를 추구하는 이용자의 권익(4G)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지속적 사용 의지를 가진 이용자의 권익(2G)과 시장 생존 및 경쟁력 유지를 위해 변화를 모색하는 사업자의 이익(4G)이 충돌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용자 간 갈등 양상과 이용자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접근 방식과 이에 대한 해법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이용자 간 갈등 양상이라면, 케이티와 같은 사업자는 갈등의 조정자로서 이용자의 최대 이익이 구현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이익이 위치하는 지점이 어느 쪽인지, 혹은 서로의 욕구를 조금씩 세련되게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케이티는 좀더 여유를 갖고 인식의 차를 좁힐 수 있다. 반면 이용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라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게 된다. 사업자는 이용자(소비자)를 감정적 차원에서 반대편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소명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일부 이용자들과 대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건은 제한된 시간 안에 서로의 이해를 넓히면서 얼마나 효과적이며 합리적으로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느냐일 것이다. 현재 케이티의 2세대 통신서비스 종료 추진과 관련된 논란의 전개 과정은 애석하게도 이용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으로 비화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시장 내에서 사업자의 생존과 경쟁력 약화가 어떠한 의미인지를 좀더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사업자의 책임, ‘디지털 알박기’로까지 표현될 정도로 개인적 욕구를 표출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행태…. 어느 쪽에 좀더 큰 책임을 묻든 간에 양자 간 설득과 이해의 방식이 충분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표출된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는 어쩌면 더 큰 그림 속에서 찾아야 할 논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수의 논리로 소수의 가치를 핍박하는 방식이 마치 정당한 선례인 것처럼 남아서도 안 되겠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한번 밀리면 사업자의 생존이 보장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그 사업자가 국가 기간통신 사업자로 분류되는 케이티라는 점, 더불어 사업자의 위축이 시장 경쟁력의 약화로 인한 사회적 편익의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선 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다소 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이 시대는 미디어의 혁신을 강제당하는 흐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의 혁신성은 그래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미디어산업 분야의 발전은 강한 소비자 혁신성에 기반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면, 얄궂은 사회적 눈총까지도 의식해야 할 때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를 공부하는 필자에게도 무척 버겁고, 한편으론 회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을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그 흐름이 이용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화된다면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종료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서비스 종료를 통한 4세대 전환은 결국 시간문제겠지만, 이번 사안이 그 가이드라인에 어떤 가치를 적절하게 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사례로 남기를 희망해본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내 번호 계속 쓰고 싶다’는 단순한 희망
010으로의 강제 이동 근거로 내세운
것들이 하나도 실효성이 없음에도
2세대 서비스 강제 종료를 주장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2세대(2G) 이동통신서비스를 쓰고 있는 케이티(KT) 가입자(이하 소비자)들은 대부분 케이티의 우량고객으로 기업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기업의 천덕꾸러기들이 되었을까?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잘못된 번호정책 때문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잘못된 번호정책으로 기업을 통해 소비자를 제어하는 ‘이이제이’ 전술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01×(011, 016, 017, 018, 019)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2세대 서비스 종료를 반대하거나 4세대(4G)로 나아가려는 기업의 목덜미를 잡으려는 불순한(?) 세력이 아니다. 한국의 기업이 통신기술의 혁신을 통해 세계 통신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길 누구보다도 희망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세대 01×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3세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2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내 번호를 계속 쓰고 싶다’는 단순한 희망사항 때문이다. 01×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10년 이상 이 번호를 사용하던 사람들이고, 010을 쓰는 사람들보다 영업직이나 전문직 비중이 높고 나이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 이 번호를 고수하는 것이다. 국가의 번호 관련 정책은 고유의 식별번호를 가급적 변경시키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일반적 특징이다. 주민등록번호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런데 정부는 휴대전화 번호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01× 번호를 개별 기업에 할당하였고, 주파수 대역 등과 맞물리면서 특정 기업이 통신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런 시장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번호이동성 제도와 병행하여 새로 부여하는 번호를 모두 010으로 변경하도록 하였다. 여기에 2세대와 3세대의 기술적 차이가 클 것이기 때문에 3세대는 010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예측하였다. 여기에 번호가 모두 010으로 가면 010을 안 눌러도 되므로 편리하고, 01×의 5개 번호 할당도 010의 1개 번호 할당으로 정리되는 등 부수적인 이익도 기대하였다. 정보통신부 시절의 이러한 번호정책 기조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업무가 이관된 뒤에도 번호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구분하지도 못한 채 ‘한번 정한 정책은 영원한 정책’을 주장하며 밀어붙이기를 지속하였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소비자의 논쟁이 이제 기업과 소비자의 논쟁으로 전이된 것이다. 정책은 타당해야 하며,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할 만큼 국가적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010으로 통합하자는 정부의 번호정책을 보면, 우선 제일 큰 문제였던 기업의 독과점적 구조 해소는 번호이동성 제도로 이미 달성되었고, 둘째 010은 3세대뿐 아니라 2세대한테도 부과될 정도로 기술적 문제가 없었고, 셋째 010을 안 눌러도 되는 것은 이미 번호를 저장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미가 없어졌으며, 넷째 번호 자원의 문제가 없었으므로 번호를 010으로 강제 변경하는 번호정책은 이미 폐기되었어야 할 정책이다. 이처럼 010으로의 강제 이동 근거로 내세운 것들이 하나도 실효성이 없음에도, 2세대 서비스의 강제 종료를 주장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케이티의 4세대 주파수 대역 할당 문제까지 포함되어, 소비자가 희생해야만 사업자가 살아나는 정책이 된 것이다. 소비자를 외면한 채 성공하는 정책이나 기업은 없다. 화려한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가입을 부추기는 것에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을 우선 배려하는 ‘케이티 4세대 주파수 할당 정책’, ‘어떠한 번호도 3세대 서비스를 차별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번호정책’이 없는 2세대 종료 주장은 공허하다. ‘삐삐’는 아직도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으로 나아가는 기업이 되기를 꿈꾼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비자를 고려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임은경 한국YMCA전국연맹 소비자팀장
사회적 편익의 감소 초래할 수도…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발전 이끈
소비자의 혁신성은 더욱 강조돼야 이용자 권익,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 케이티(KT)의 2세대(2G) 통신서비스 종료 추진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은 그러나 그리 단순해 보이진 않는다. 해답을 추구하는 과정에선, 갈등의 양상에 따라 각각 다른 상황들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 사용 의지를 가진 이용자의 권익(2G)과 혁신적 변화를 추구하는 이용자의 권익(4G)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지속적 사용 의지를 가진 이용자의 권익(2G)과 시장 생존 및 경쟁력 유지를 위해 변화를 모색하는 사업자의 이익(4G)이 충돌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용자 간 갈등 양상과 이용자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접근 방식과 이에 대한 해법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이용자 간 갈등 양상이라면, 케이티와 같은 사업자는 갈등의 조정자로서 이용자의 최대 이익이 구현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이익이 위치하는 지점이 어느 쪽인지, 혹은 서로의 욕구를 조금씩 세련되게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케이티는 좀더 여유를 갖고 인식의 차를 좁힐 수 있다. 반면 이용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라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게 된다. 사업자는 이용자(소비자)를 감정적 차원에서 반대편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소명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일부 이용자들과 대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건은 제한된 시간 안에 서로의 이해를 넓히면서 얼마나 효과적이며 합리적으로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느냐일 것이다. 현재 케이티의 2세대 통신서비스 종료 추진과 관련된 논란의 전개 과정은 애석하게도 이용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으로 비화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시장 내에서 사업자의 생존과 경쟁력 약화가 어떠한 의미인지를 좀더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사업자의 책임, ‘디지털 알박기’로까지 표현될 정도로 개인적 욕구를 표출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행태…. 어느 쪽에 좀더 큰 책임을 묻든 간에 양자 간 설득과 이해의 방식이 충분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표출된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는 어쩌면 더 큰 그림 속에서 찾아야 할 논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수의 논리로 소수의 가치를 핍박하는 방식이 마치 정당한 선례인 것처럼 남아서도 안 되겠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한번 밀리면 사업자의 생존이 보장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그 사업자가 국가 기간통신 사업자로 분류되는 케이티라는 점, 더불어 사업자의 위축이 시장 경쟁력의 약화로 인한 사회적 편익의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선 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다소 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이 시대는 미디어의 혁신을 강제당하는 흐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의 혁신성은 그래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미디어산업 분야의 발전은 강한 소비자 혁신성에 기반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면, 얄궂은 사회적 눈총까지도 의식해야 할 때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를 공부하는 필자에게도 무척 버겁고, 한편으론 회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을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그 흐름이 이용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화된다면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종료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서비스 종료를 통한 4세대 전환은 결국 시간문제겠지만, 이번 사안이 그 가이드라인에 어떤 가치를 적절하게 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사례로 남기를 희망해본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임은경 한국YMCA전국연맹 소비자팀장
것들이 하나도 실효성이 없음에도
2세대 서비스 강제 종료를 주장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2세대(2G) 이동통신서비스를 쓰고 있는 케이티(KT) 가입자(이하 소비자)들은 대부분 케이티의 우량고객으로 기업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기업의 천덕꾸러기들이 되었을까?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잘못된 번호정책 때문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잘못된 번호정책으로 기업을 통해 소비자를 제어하는 ‘이이제이’ 전술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01×(011, 016, 017, 018, 019)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2세대 서비스 종료를 반대하거나 4세대(4G)로 나아가려는 기업의 목덜미를 잡으려는 불순한(?) 세력이 아니다. 한국의 기업이 통신기술의 혁신을 통해 세계 통신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길 누구보다도 희망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세대 01×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3세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2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내 번호를 계속 쓰고 싶다’는 단순한 희망사항 때문이다. 01×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10년 이상 이 번호를 사용하던 사람들이고, 010을 쓰는 사람들보다 영업직이나 전문직 비중이 높고 나이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 이 번호를 고수하는 것이다. 국가의 번호 관련 정책은 고유의 식별번호를 가급적 변경시키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일반적 특징이다. 주민등록번호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런데 정부는 휴대전화 번호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01× 번호를 개별 기업에 할당하였고, 주파수 대역 등과 맞물리면서 특정 기업이 통신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런 시장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번호이동성 제도와 병행하여 새로 부여하는 번호를 모두 010으로 변경하도록 하였다. 여기에 2세대와 3세대의 기술적 차이가 클 것이기 때문에 3세대는 010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예측하였다. 여기에 번호가 모두 010으로 가면 010을 안 눌러도 되므로 편리하고, 01×의 5개 번호 할당도 010의 1개 번호 할당으로 정리되는 등 부수적인 이익도 기대하였다. 정보통신부 시절의 이러한 번호정책 기조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업무가 이관된 뒤에도 번호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구분하지도 못한 채 ‘한번 정한 정책은 영원한 정책’을 주장하며 밀어붙이기를 지속하였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소비자의 논쟁이 이제 기업과 소비자의 논쟁으로 전이된 것이다. 정책은 타당해야 하며,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할 만큼 국가적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010으로 통합하자는 정부의 번호정책을 보면, 우선 제일 큰 문제였던 기업의 독과점적 구조 해소는 번호이동성 제도로 이미 달성되었고, 둘째 010은 3세대뿐 아니라 2세대한테도 부과될 정도로 기술적 문제가 없었고, 셋째 010을 안 눌러도 되는 것은 이미 번호를 저장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미가 없어졌으며, 넷째 번호 자원의 문제가 없었으므로 번호를 010으로 강제 변경하는 번호정책은 이미 폐기되었어야 할 정책이다. 이처럼 010으로의 강제 이동 근거로 내세운 것들이 하나도 실효성이 없음에도, 2세대 서비스의 강제 종료를 주장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케이티의 4세대 주파수 대역 할당 문제까지 포함되어, 소비자가 희생해야만 사업자가 살아나는 정책이 된 것이다. 소비자를 외면한 채 성공하는 정책이나 기업은 없다. 화려한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가입을 부추기는 것에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을 우선 배려하는 ‘케이티 4세대 주파수 할당 정책’, ‘어떠한 번호도 3세대 서비스를 차별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번호정책’이 없는 2세대 종료 주장은 공허하다. ‘삐삐’는 아직도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으로 나아가는 기업이 되기를 꿈꾼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비자를 고려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임은경 한국YMCA전국연맹 소비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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