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박윤수ㅣ전남 진도군 조도면장
내가 살고 있는 진도군 조도면은 36개의 유인도와 142개의 무인도를 포함하여 17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이 많다 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새 떼처럼 보인다고 하여 섬 이름이 조도(鳥島)라고 불리며 약 3천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늘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이다.
조용한 섬이 1년 중 가장 바빠지는 시기가 있는데, 조도 최대 특산물인 쑥과 톳 수확이 이루어지는 3월부터 6월까지이다. 조도에서 나는 쑥과 톳은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으로 이 시기에는 섬 주민 모두가 초비상이다. 그렇다 보니 쑥과 톳 수확 시기가 겹치는 5~6월에는 뭍에 사는 가족과 친척들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까지 고용하여 농수산물 수확에 정신없이 분주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조도 면민들의 생업에 큰 위협이 되었다. 한명의 일손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혹시 모를 코로나 감염 걱정 때문에 뭍사람들을 쉽게 부를 수 없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톳을 제때 수확하지 못한데다가 해조류 양식을 파괴하는 중국산 괭생이모자반마저 유입되어 섬 주민들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런 주민들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정부와 해군이 섬 주민들을 위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지원해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면민들이 기뻐할 생각에 바삐 움직이면서 소식을 전했다. 예상대로 주민들은 큰 걱정을 덜게 되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던 6월14일 행정선을 타고 주민들보다 먼저 한산도함에 올랐다. 거대한 크기에 놀랐고 군인들 사이로 잘 준비된 접종 시설을 보니 새삼 우리 해군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해군 고속단정을 타고 온 가사도 주민들이 하나둘 한산도함에 오르고 기다리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했던 주민들도 해군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에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보였다. 혹시 잊을까 두번 세번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약까지 꼼꼼히 챙겨주는 모습에 섬 주민들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가사도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박길자(88) 할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밀어주는 장병의 모습도 오래 눈길을 붙잡았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접종을 끝내고 섬으로 돌아와 말했다. “너무 받기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나중에 우리 가사도에 찾아오면 꼭 톳부침에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주겠다”고 말이다. 섬은 톳 수확과 건조로 다시 분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