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임석재 ㅣ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작가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했고 부위원장에 선출됐다.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교운영위를 알지 못했다. 3월 초 아이의 알림장을 통해 위원회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후 관련 법령과 자료를 확인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를 구성 및 운영해야 한다. 위원회에서는 학칙의 제·개정, 학교의 예·결산, 교과용 도서 및 교육 자료의 선정, 학교급식, 초빙교사 추천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관련한 다양한 사안을 심의한다. 그간의 경과를 살펴보면 1995년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시범 실시 후 1996년 시·도 지역에 있는 국공립 학교를 시작으로 2000년 사립학교까지 모든 학교에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최소 20년 이상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제도이다.
학교별로 심의 안건의 내용과 수 등은 다르겠지만, 필자가 활동하는 위원회에서는 졸업앨범 제작(안), 각종 위원회 구성(안), 일과 운영시간 변경 계획(안), 방학 기간 점심급식 위탁업체 선정 계획(안) 등의 안건이 상정됐고 안건별로 담당 선생님 또는 행정실장님의 제안 설명이 있었다. 개별 안건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표결을 통해 안건에 대한 찬반을 확인했다. 이후 회의록은 학교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됐다.
짧은 경험으로 대체로 만족했지만 위원회 운영과 관련하여 몇가지 사항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유치원운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기존 위원회에서 분리·독립이 필요하다. 위원회 안건 대부분은 초등학교와 관련한 것이기에 유치원생 학부모의 참여 정도는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심의 안건 중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 교육지원청 또는 교육청 차원의 전문가 풀 등을 활용한 지원이 필요하다. 안건 중 학교 회계 세입 및 세출 결산(안), 발전기금 결산(안), 학교 회계 세입 및 세출 추가경정예산(안) 등에 대한 심의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부족한 위원들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셋째, 위원회 활동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 가족돌봄휴가 일수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미 시행 중인 가족돌봄휴가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입학식, 졸업식 등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지만, 연간 이틀로는 위원회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넷째, 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교육청 차원의 양질의 직무연수와 다양한 모범 사례의 공유·확산이 필요하다. 위원들의 위원회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개별 안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위원회는 행정관리적 심의에 편향되기보다 본래 목적에 맞게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학교 운영과 관련한 발전적 논의의 장으로 운영돼야 한다. 학교운영위는 학부모, 교원, 지역사회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매우 중요한 단위학교 차원의 자치기구이다. 위의 사항들이 개선되어 앞으로 좀 더 내실 있게 운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