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기초생활수급에 장애인의 가외소득 인정해야

등록 2021-07-12 19:08수정 2021-07-13 02:36

[왜냐면] 방귀희ㅣ(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지금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논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복지정책이 중요한 시기이다. 그동안 실시되었던 사회복지제도의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깨진 독에 물 붓는 식의, 가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사회복지제도로 사회 안녕에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공개 제안을 하고자 한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의 19%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장애인 5명 가운데 1명이 정부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장애로 취업도 힘들고, 자영업으로 돈을 벌 수도 없어 소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 스스로 일을 해서 노동의 대가로 얻은 소득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활에 제약이 많다. 지출 내용에 대한 ‘감시’를 알게 모르게 받게 되어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기본적인 자유를 억압받게 된다. 어쩌다 수입이 생겨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 수입이 수급비를 삭감하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예술인을 특히 위축시킨다. 애써 제정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로 장애예술인 창작지원금 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그 지원금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보장은 인간의 최저 삶을 보장해주는 안전장치일 뿐 풍요로운 삶이나 자존감을 높여주는 삶이 되지 못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서 그 소득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겠는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과 소득 사이의 갈등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또한 해결되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여 미국을 장애인 천국으로 만든 사람은 미국 역사학자인 폴 롱모어이다.

폴 롱모어는 1980년대 <조지 워싱턴의 재발견>(The invention of George Washington)이란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저작권료를 받게 되었다. 그러자 그동안 받던 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롱모어는 중증장애인이어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였기에 서비스 중단은 삶 자체를 중지시켜 버렸다. 이에 그는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집필한 책을 연방정부 앞에 쌓아놓고 불태우며 외쳤다.

“정부는 장애인의 열심히 일하고 싶은 근로 의지를 꺾어 무능하게 만든다. 자기 인생의 주체자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산적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장애인 복지이다!”

롱모어의 노력으로 소득에 상관없이 장애인 복지서비스가 지원되도록 사회보장연금법이 개정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장애인들은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기반으로, 일하면서 얻은 소득으로 세금을 내는 생산적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바로 이런 생산적 시민이 될 수 있는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실시하여야 한다.

그 첫 단계로 장애예술인의 기초생활수급 소득 제한부터 풀어주어야 한다. 어쩌다 받은 원고료이고,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그림 판매이고, 1년 출연료를 다 합해도 500만원이 안 되는데, 그것으로 생계급여가 축소되어 창작활동을 망설인다면 정부가 장애예술인의 성장을 막는 결과가 된다.

획일적인 사회보장제도로 장애인의 생활을 일률적으로 지원해주면서 억압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 서비스를 기반으로 원하는 일을 통해 가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면 장애인은 노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그것을 소비하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적인 국민이 될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창작물들은 공공재로서 이 사회를 더 풍부하게 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