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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등교해야 한다

등록 2021-07-14 15:05수정 2021-07-15 02:38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이 확대된 지난 6월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등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누적된 수업 부족으로 인한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부터 수도권 중학교의 학교 밀집도 기준을 전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완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이 확대된 지난 6월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등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누적된 수업 부족으로 인한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부터 수도권 중학교의 학교 밀집도 기준을 전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완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현철 | 의사·홍콩과기대 경제학과 및 공공정책학과 교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크게 늘었고, 4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유행을 주도한 것은 20~59살의 젊은층이다. 젊은층의 감염자가 폭증하면 백신을 맞지 않은 60대 이상 고위험군의 감염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강화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교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우선 등교 제한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없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등교 제한의 효과를 분석한 대부분 연구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왜 그럴까?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친구 집, 놀이터, 편의점, 학원에 간다.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안전하다.

방역의 실효가 없는 등교 제한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 학교 교육은 임금을 증가시키고, 흡연·과음을 할 확률도 낮추며,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한다. 미국에서 교육 연한 1년 증가는 수명을 1.7년 증가시켰다. 필자의 연구는 교육이 바람직한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 의사 결정 능력을 향상시킴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등교 제한 1년으로 우리나라의 피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7.5%에 이를 것이라 추산하였다.

한편 온라인 수업은 아직 대면 수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연구에 의하면, 잘 준비된 온라인 수업도 등교 제한으로 인한 학업 피해의 겨우 25% 정도만을 복구하였다. 학생들의 무너진 정서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등교 제한은 불평등도 가속화한다. 등교 제한의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층은 사교육을 통해 학력을 만회하기도 어렵다. 생업에 바빠 온라인 수업을 받는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 실제로 벨기에의 연구 결과는 학력 손실이 어머니의 학력이 낮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크다고 보고했다.

국민 모두가 학생들의 학업 결손과 사회성 등의 비인지 기능 피해를 우려하나 아직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한다. 며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데이터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하고자 하였다. 끔찍했던 지난 18개월의 참상을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와 등교 일수, 밀집도 등과 같은 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없게 하였다. 등교 제한의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더 큰 피해를 본 아이들은 누구인지, 불평등은 얼마나 심해졌는지 알 수 없다. 더구나 평가원의 허락이 없으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 의미 있는 연구를 막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구시대적 행태다.

지난 6월 교육부는 ‘학습지원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한달이 넘게 지났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복구 계획조차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학생들의 피해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없으니 복구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로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3단계 시 등교 인원을 제한하고, 4단계 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등교 제한은 코로나 확산세 저지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런 조처는 과학적 근거에 부합하지 않는다. 학력 및 사회성 손실로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할 뿐이다.

2학기 전면등교는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최우선 과제다. 교육부는 겁먹은 여론에 등 떠밀리지 말라. 등교 교육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하라. 학력 손실, 교육 격차 확대, 돌봄 공백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전면등교다.

또한 방역에 치중한 나머지 학교에서 아이들 간 소통을 과도하게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영국 및 미국의 여러 주는 만 11살 미만 어린이의 학교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감염 위험이 늘어도 사회성 발달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20살 미만 코로나19 사망자는 단 한명도 없었음을 덧붙인다. 교육당국의 조속한 인식 및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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