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김덕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이사
건강보험고객센터노조가 7월1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2월, 6월에 이어 3번째다. 요구는 11개 민간회사 위탁으로 운영 중인 고객센터를 공단이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극단적인 두 시각이 충돌한다. 하나는 공단이 직접 고용하면 고용관계 안정, 노동조건 개선, 상담의 공공성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주로 진보 쪽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불공정이다. 많은 노력의 투자 없이 요구만으로 공단 직원이 된다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젊은 연령층 중심의 직원과 취준생, 보수 쪽의 강변이다. 청년세대 취업난 등 난제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공단은 지난 2월 고객센터노조 1차 파업을 전후하여 고객센터의 운영 방식을 논의하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의 재개에 힘을 쏟았다. 내부적으로는 1만6천명의 직원이 폭넓은 시각을 갖도록 대화를 이어갔다.
문제는 6월10일 재개된 고객센터노조의 2차 파업에서 일어났다. 당일 전면파업과 동시에 60여명이 기습적으로 본사 로비를 점거했다. 본사 직원들은 각 층 진입에 대비한 비상근무로 업무 수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 직원은 일터가 점령당했다는 피해의식에 싸였고, 중간 입장에 있던 직원들조차 등을 돌렸다. 김용익 이사장은 단식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외부에서 무책임의 비난들이 따랐지만 대화 국면의 물꼬는 텄다.
단식 3일째에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거부해왔던 공단의 건강보험노조는 참여로 선회했고, 고객센터노조도 파업의 요구조건이었던 협의회 위원 자격을 보장받고 파업을 접었다. 하지만 고객센터노조는 단 한차례 협의회 회의 참여 후 공단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며 7월1일부터 3차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7월5일 오전 6시께 80여명이 공단본부 안으로 진입과 점거를 시도했다. 직원들은 6월10일의 학습효과로 이를 막았다.
공단본부는 건강보험의 전산장비가 구축된 국가 핵심기반시설이며, 공단 전체 업무를 지휘한다. 건강보험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되는 곳이다. 재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19 백신 상담과 재난지원금 지급 상담 등 국민의 건강과 이해가 연결된 곳이다. 공단이 점거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이다.
7월5일부터 고객센터노조는 공단의 일부 지역에서 천막농성과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또 다른 점거 시도에 대비하여 직원들은 24시간 교대로 방호업무를 맡았다. 한명이라도 업무 복귀가 시급하여 임시장애물을 설치했고, 취약구역에 놓았던 장애물은 대치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없앴다. 극한 대립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고 싶었다.
혹자는 공단이 반대하는 직원들 뒤에 숨어서 대화를 피한다고 한다. 노노갈등을 부추긴다고도 한다. 그렇지 않다. 공단은 서로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는 방안에 몰두해왔고, 양 노조의 공감대를 바라왔다. 정부 방침에 의한 사무논의협의회가 진행 중인데 공단이 먼저 확정안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고객센터 상담사 1600명의 업무수행 방식을 결정하는 방향의 요체는 고용과 노동조건이 향상되어 지속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목적지는 다르지 않을진대 소모적 대치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