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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대학교육 고급화, 어떻게?

등록 2021-07-19 18:55수정 2021-07-20 02:38

[왜냐면] 남기곤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초등학생 4시간46분, 중학생 5시간57분, 고등학생 6시간44분, 대학생 이상 3시간29분. 통계청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 학생들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이다. 한국 대학생의 학습시간은 심지어 초등학생보다도 한참 더 적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하고 창의적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 탄탄한 기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게다가 저출생에 따라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청년기 마지막 기회인 대학 시절, 많은 학생들은 학습에 집중하지 않는다.

집중적인 학습이 대학 입학 문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대학 재학 동안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대학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소규모 토론 강의와 다양한 방식의 실험·실습·현장체험 등을 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왜 중요하며 얼마나 흥미로운지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뒤처지는 학생들은 따로 보충하고 독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학생은 낙제시키는 엄격함도 필요하다.

입학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투입 없이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허황하다. 대학생 한 사람에게 투입되는 연간 교육비는 연구개발(R&D)까지 합쳐도 2017년 1만633달러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치인 1만6327달러에도 크게 밑돈다. 한국의 경제력 수준을 고려할 때 거의 최하 수준이다. 한국은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과 비교해서도 적은 참 보기 드문 국가다.

부분 개선이 아닌 전면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등록금을 자율화해 대학교육을 시장에 완전히 내맡길 것이 아니라면, 대학교육을 고급화하는 데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평균치 정도까지는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도록 투자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어떻게 지원할지도 다시 깊게 고민해야 한다. 특정 대학이나 전공을 선발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 10년 넘게 지속된 이러한 특수목적 사업 방식의 대학 지원이 과연 효율적이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요하지 않은 대학이나 전공, 대충 배워도 괜찮은 학생이란 없다. 대학 입학 순간부터 모든 학생에게 체계적인 맞춤식 교육이 제공되어야 하고, 대학이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감독해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고등교육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여러 특수목적 사업들을 없애고 대학혁신지원 사업이라는 일반재정지원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큰 방향은 올바르다고 본다. 하지만 학교당 약 40억원씩 지급되는 지금 수준의 지원으로 대학교육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겠는가? 지금보다 몇배에 해당하는 지원금이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신 우리 젊은이들의 역량 강화에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훨씬 더 강한 감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대학교육 위기는 단순히 일부 대학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가 발전하는 데 치명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대학 지원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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