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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코로나 대응, 차근히 ‘장기전’을 준비할 때

등록 2021-07-21 16:35수정 2021-07-22 02:37

[왜냐면] 장영욱 ㅣ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부연구위원

코로나19 4차 유행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완화 약속을 뒤집고 거리두기 최고 단계를 시행했다. 숨통이 트이길 기대했던 시민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망연자실이다.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 고비”라며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요구했다. 다음주부터 대량 접종이 시작되면 유행을 안정시키기 수월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외 상황을 보면 “마지막 고비”라는 약속이 쉽게 지켜질지 의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도 거리두기를 완화하거나 국경을 열면 감염 규모가 다시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현재 인구 68%가 한번 이상 백신을 맞았고 51%가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섰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 가장 백신을 많이 맞은 몰타(접종 완료 81%)는 10만명당 53명, 백신 접종 모범국인 이스라엘(접종 완료 60%)은 10만명당 1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우리나라 인구로 바꾸면 이스라엘은 하루 7500명, 몰타는 2만명, 영국은 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격이다. 모두 우리나라의 거리두기 4단계 기준인 2000명을 훌쩍 넘어선다.

백신이 아무 소용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감염, 중증화 및 사망을 막는 데 백신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접종자는 중증이나 사망으로 발전할 확률이 낮다. 앞서 말한 국가들은 고연령층 백신 접종이 95% 이상 완료되어 감염 규모가 큼에도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거나 아주 천천히 증가한다. 우리나라 역시 60살 이상 상당수가 백신 접종을 마치면서 고연령층 감염이 줄고 치명률이 낮아졌다. 작년 겨울 유행 시 전체 확진자 중 60살 이상 비중이 30%였던 데 반해 지난 일주일간은 약 8%에 불과하다. 확진-사망 간 시차를 3주로 가정하여 계산한 확진치명률은 지난해 12월 3%에서 올 6월 말 0.3%까지 감소했다.

상황이 나아진 셈인데도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했다. 우리의 코로나 대응체계가 확진자 수 감소에 집중하는 장기억제전략이기 때문이다. 대량 검사, 광범위한 역학조사, 경증·무증상 환자 시설 격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관련 인력, 시설 및 재원에 부하가 걸리지 않게 감염 규모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감염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서 대규모 유행을 감당하기가 더 어렵다.

문제는 이 장기억제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간 후에도 거리두기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접종 70%를 달성하고 거리두기를 완화한 후에 이스라엘처럼 일 7500명의 확진자가 나오면 감당할 수 있을까. 몰타나 영국처럼 일 3만~4만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면 현재 방역대응 체계 내에서 소화해낼 수 있을까. 그때 다시 “마지막 고비”를 외치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면 시민들이 순순히 “조금만 더 견디겠다”며 협조할 수 있을까.

지금의 위기를 진짜 “마지막”으로 만들려면 신중한 완화에 방역 패러다임 전환 노력을 더해야 한다. 이는 단지 보건의료 차원의 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명과 생계 사이 균형에 대해, 감염 방지를 위해 용인할 수 있는 학업 결손의 범위에 대해, 감염과 거리두기의 심리적 비용에 대해,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에 대한 의무 사이 갈등에 대해 경제적, 교육적, 심리적, 윤리적 논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백신 접종은 빠르게, 완화와 완화 신호는 신중하게, 새 패러다임 준비는 치밀하게, 더 긴 호흡으로 차근히 장기전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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