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문영세ㅣ 국방대 교수
국방부가 7월22일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10명을 투입해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고 각 기관이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따져보기 위한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청해부대에 대한 작전지휘와 부대관리 책임을 맡는 합동참모본부와 해군 작전사령부, 해군본부, 국군의무사령부, 국방부 관련 부서 등이 대상이며, 이번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해서는 우선 비대면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고,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4월 말에 이미 시작된 이후 거의 3개월이 경과하였다. 이 기간 동안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에 백신을 공급하지 않은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그러면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감사를 진행하여야 할 텐데, 작전지휘와 부대관리 책임을 묻는 감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모든 내용을 포함시켜 초점 흐리기, 감사 도중 엉뚱한 잘못을 질책하는 제3종 오류, 힘 있는 사람은 빠져나가고 힘없는 사람만 상대로 한 희생양 만들기, 하부조직 먼지털기식 관리책임을 물어 본질 호도하기로 이어질 것이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청해부대원들이 신이 아닌 이상 언제까지 코로나 감염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언젠가는 감염될 수밖에 없고, 이후에는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운명을 부여한 것인가? 청해부대원들은 먼 이국 해역 망망대해에서 오직 국익을 위해 군의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런 장병들에게 국가와 군에서 우선 백신을 제공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는커녕 감사라는 채찍을 휘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국방부에서 수행하는 감사는 윗선 조사는 당초 불가능하고 그 화살은 아래로 향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 감사는 당장 중단하고, 감사원 감사나 국회의 국정조사가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에서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고 청해부대원들이 방치된 이유와 책임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고, 장병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지니고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국민들은 분노하면서 똑똑히 바라보고 있다. 본질을 호도하고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어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