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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2% 종부세’ 진짜 잘못됐나

등록 2021-07-26 17:43수정 2021-07-27 02:08

세금 프레임과 언론

[왜냐면]
김현동 | 배재대 교수(조세법)

세금만큼 요지경인 것도 없다. 세금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주원인 중 하나다. 모두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안인 탓에 대선공약으로 대우(?)도 받는다. 그러나 세금에 대한 학문은 서자 취급을 받는다. 법학, 회계학 그리고 경제학과 관련되는 세금은 좋게 말하면 통섭학문이나 실상은 앞의 어디에서도 주류에 끼지 못한다. 예전에는 세금 자체를 강의하지 않는 대학이 부지기수였다. 설사 개설하더라도 강의는 수험세법의 꼴로 주로 계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세금을 안다는 것은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세금을 계산하거나 소송을 할 줄 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세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세제가 무엇인지 분간할 줄 아는 것이다. 대학 교육은 주로 앞엣것에 치우쳐 있다.

개인 차원에서도 세금을 잘 계산하고 절세하는 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앞엣것이 아니라 뒤엣것이다. 보유세 부담을 높일지 말지,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해야 하는지, 국민 간 세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답을 그저 세금을 계산하는 지식에서 찾을 수 없다. 앞엣것을 안다고 뒤엣것이 저절로 깨쳐지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은 사회 현안으로서의 세금 문제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물론 모두가 세금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려 함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세금 지식은 갖춰야 한다. 어떤 주장이 논거를 제대로 갖춘 것인지, 가짜뉴스일 가능성은 없는지 그 정도는 가려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그렇게 되어야 잘못된 지식에 터 잡은 조세저항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조세저항은 올바른 조세입법을 가로막는다.

당장 모든 국민이 대학 강의를 통해 조세정책의 건전한 비판을 위한 지식을 두텁게 쌓을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럴 때 언론의 노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이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양질의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자들은 객관적 근거가 없거나 전문가를 참칭하는 이들의 선동을 가려낼 지식을 쌓아야 한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성급한 기사가 나가기 마련이다. 충분한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 특히 결론만 담은 주장은 자장면이냐 짬뽕이냐는 취향 문제로 전락해버려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결코 설득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긴 호흡의 기획기사도 필요하다.

여당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서 1세대 1주택자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잡은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이를 비판하는 쪽은 금액이 아닌 백분율로 과세 대상을 정하는 것이 선례가 없는 방식이라는 점, 상위 2% 기준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점 따위를 내세운다. 대다수 언론은 그런 주장들을 그대로 실어 나르기 바쁘다.

집값 문제와 민심 악화로 수세에 몰린 여당이 서둘러 상황을 모면하고자 종부세는 상위 2%에만 부과되는 부자세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은 나머지 법에 백분율을 새기는 헛발질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좀 따져볼 것이 있다. 세법을 고치면서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가령 어느 계층의 세 부담을 얼마나 늘리고 줄일지 미리 계산(시뮬레이션)한다는 말이다. 미국 역시 상위 몇 퍼센트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는 식으로 백악관에서 발표도 한다. 소위 ‘갈라치기’는 세금 문제에서 늘 있는 일이다. 백분율이 문제라면 금액으로 바꾸면 된다. 법적 안정성은 중요하나 세법을 매년 개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바른 물음은 종부세가 정말 필요한 세금인지,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는지, 어느 대상에 부과할지가 되어야 한다. 이 질문들의 답 역시 바르게 찾아야 한다. 논리적 근거와 데이터를 찾고 확인해야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에서의 종부세를 둘러싼 논의 수준은 종부세가 처음 시행된 2005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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