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섣부른 세대론의 위험성

등록 2021-07-26 17:43수정 2021-07-27 02:07

[왜냐면]
김민재 | 미국 라이스대 경영대 조교수

최근 한국방송 한 시사프로그램의 ‘불평등 사회가 586에게’ 편에서 말하는 세대의 ‘상대적 특징’에 대한 학계와 언론의 관심이 많다.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해당 프로와 함께한 연구진의 후속 발표를 인용하자면) “50대 남녀 및 20~34살 여성과 달리, 20~34살 남성은 자신이 소속한 계층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덜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 따른 많은 논란은, 요즘 각 세대의 ‘상대적 특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섣부른 세대론의 위험성이다. 한 세대의 “상대적 특징”에 대한 논의가 정치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생산적이려면 크게 두가지 맹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다시 말해, 한 연령·성별 집단 내에서도 어떠한 하부집단이나 개개인에게는 그 세대의 “일반적인” 특성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방송에서도, 연구진의 부가설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반화의 오류는 연구자들,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비해 쉽게 간과되는 맹점이 ‘특별함의 오류’이다. 한 세대의 특별한 점이 없음에도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20~34살 세대와 50대 세대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도 이 두 세대를 상대로만 했다고 제작진과 연구진은 말한다. 하지만 만약 어떠한 세대가 자기 세대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회적인 변화 흐름(트렌드)을 따라가는 모습이라면, 전후(前後) 세대와 비교해보지 않은 이 조사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대한 익숙성’을 두고 생각해보자. 2019년 미국의 퓨(Pew)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대한 익숙성은 80대가 가장 낮고, 이어 60~70대, 40~50대, 마지막으로 20~30대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를 두고 스마트폰에 대한 익숙성이 20~30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상대적 특징”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단지 전체적인 사회적 경향성이 있고, 이를 각각 세대가 따라가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어떤 한 세대의 시대적 경향에서 분리된 특징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이다. 20~34살 세대, 586세대 두 세대만을 비교하는 설문조사는 두 세대가 ‘상대적 특징’을 갖는지 확정적으로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20~34살 세대가 전후 연령대와 똑같이 전체 사회의 경향을 따라가는 것이라면, 그런데도 이 경향적 특성을 그 세대의 “상대적 특징”이라고 지칭한다면 ‘특별함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세대론 자체가 비생산적인 논의라는 뜻을 담진 않는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세대의 상대적 특징은 동시대의 전후 다른 세대와 비교함으로써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 특성이 아닌 전체 사회적 경향성을 찾아내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다.

다만 무엇이 목적이든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답을 찾으려면 언론이 많이 거론하는 세대(예를 들어 586세대나 20~34살 세대)뿐만이 아니라, 그 전후 세대의 사회 전반적인 경향성을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 없이 어떤 세대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적 경향성을 특별한 세대적 차이로 잘못 인식하면서 어떤 세대를 규정한다면, 해당 세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만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선입견은 지역감정 같은 우리가 지양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의 시작점이 아니던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