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 미국 라이스대 경영대 조교수 최근 한국방송 한 시사프로그램의 ‘불평등 사회가 586에게’ 편에서 말하는 세대의 ‘상대적 특징’에 대한 학계와 언론의 관심이 많다.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해당 프로와 함께한 연구진의 후속 발표를 인용하자면) “50대 남녀 및 20~34살 여성과 달리, 20~34살 남성은 자신이 소속한 계층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덜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 따른 많은 논란은, 요즘 각 세대의 ‘상대적 특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섣부른 세대론의 위험성이다. 한 세대의 “상대적 특징”에 대한 논의가 정치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생산적이려면 크게 두가지 맹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다시 말해, 한 연령·성별 집단 내에서도 어떠한 하부집단이나 개개인에게는 그 세대의 “일반적인” 특성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방송에서도, 연구진의 부가설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반화의 오류는 연구자들,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비해 쉽게 간과되는 맹점이 ‘특별함의 오류’이다. 한 세대의 특별한 점이 없음에도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번 방송에서는 20~34살 세대와 50대 세대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도 이 두 세대를 상대로만 했다고 제작진과 연구진은 말한다. 하지만 만약 어떠한 세대가 자기 세대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회적인 변화 흐름(트렌드)을 따라가는 모습이라면, 전후(前後) 세대와 비교해보지 않은 이 조사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대한 익숙성’을 두고 생각해보자. 2019년 미국의 퓨(Pew)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대한 익숙성은 80대가 가장 낮고, 이어 60~70대, 40~50대, 마지막으로 20~30대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를 두고 스마트폰에 대한 익숙성이 20~30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상대적 특징”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단지 전체적인 사회적 경향성이 있고, 이를 각각 세대가 따라가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어떤 한 세대의 시대적 경향에서 분리된 특징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이다. 20~34살 세대, 586세대 두 세대만을 비교하는 설문조사는 두 세대가 ‘상대적 특징’을 갖는지 확정적으로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20~34살 세대가 전후 연령대와 똑같이 전체 사회의 경향을 따라가는 것이라면, 그런데도 이 경향적 특성을 그 세대의 “상대적 특징”이라고 지칭한다면 ‘특별함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세대론 자체가 비생산적인 논의라는 뜻을 담진 않는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세대의 상대적 특징은 동시대의 전후 다른 세대와 비교함으로써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 특성이 아닌 전체 사회적 경향성을 찾아내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다. 다만 무엇이 목적이든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답을 찾으려면 언론이 많이 거론하는 세대(예를 들어 586세대나 20~34살 세대)뿐만이 아니라, 그 전후 세대의 사회 전반적인 경향성을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 없이 어떤 세대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적 경향성을 특별한 세대적 차이로 잘못 인식하면서 어떤 세대를 규정한다면, 해당 세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만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선입견은 지역감정 같은 우리가 지양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의 시작점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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