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동현|한성대 자율교양학부 교수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케이티(KT)와 엘지(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 서비스(일명 문자 알림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서비스 가격을 낮춰 경쟁자들을 배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년간 이 사안은 ‘필수 설비를 독점적으로 보유한 기간통신사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꼽혔다. 두 거대 통신사는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에 불복해 법정 공방을 벌여왔으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고개를 숙이게 됐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스팸문자는 소비자의 불편을 넘어 도박, 불법 의약품 거래, 성매매의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거대 이동통신사가 수익만을 좇아 스팸문자 발송을 방조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부터 매년 2회씩 문자 알림서비스 사업자들의 스팸 발송량을 측정해 공개하고 있다. 시행 이후 케이티는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스팸 발송량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정상적인 관리로 꾸준히 최하위 순위를 유지 중인 사업자(0.3%)와 견줘 케이티는 100배가 훨씬 넘는(47.8%) 스팸을 발송한 셈이다. 대한민국 정보통신을 이끌어온 케이티가 스팸을 관리·감독하기는커녕 거꾸로 스팸 전송의 주범이 되다시피 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행 제도는 케이티 등 이동통신사가 가입 고객들에게 자사의 망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착신독점이라고 한다. 이런 구조에서 이동통신사는 자사의 직접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문자 알림서비스를 적극 제공하면서 스팸 발송도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폐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동통신사가 운용하는 통신망을 이용해 문자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수익 증대를 위해 활성화 기능에 집중하게 되므로 의도치 않게 스팸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스팸 감독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엔 이동통신사인 에스케이텔레콤(SKT), 합병 이전의 케이티에프(KTF)와 엘지텔레콤(LGT)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전송속도 축소 등의 제재를 적극적으로 취했다. 부가통신사업자도 이런 제재를 면하기 위해 스팸 발송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만 해도 문자 알림서비스 시장은 이통3사의 감독 기능과 부가통신사업자의 활성화 기능이 균형 있게 작용하면서 스팸은 자율적으로 억제되었다. 시장과 사업자가 균형 있게 동반 성장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기간통신사업자가 합병된 2009, 2010년에는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시장이 교란됐다. 무선망을 보유한 케이티에프와 유선망사업자인 동시에 문자 알림서비스 부가통신사업자인 케이티가 합병하며 출범한 지금의 케이티는 스팸 감독 기능은 소홀히 하면서 매출 확대를 노린 서비스 활성화 기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국 케이티의 스팸 발송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졌고, 스팸문자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몇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케이티는 스팸을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스팸 발송 우려가 있는 고객은 계약 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해 계약 자체를 포기하거나 발송을 제한하는 등 실효성 있는 스팸 방지 조처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과 부가통신사업자의 문자 알림서비스를 각각 독립시켜야 한다. 알뜰폰서비스 시장의 경우 이동통신사와 기업을 분리하면서 공정경쟁과 통신비 경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문자 알림서비스 시장이 참고할 만한 좋은 선례다. 기간통신사업자는 도매시장에, 부가통신사업자는 소매시장에 집중하는 역할 분리가 이뤄지면 스팸문자도 줄고, 시장 불공정도 완화될 것이다. 아무쪼록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거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제동을 건 대법원 판결이 공정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 강화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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