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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신규 임대차 안정화 입법 필요하다

등록 2021-08-02 17:11수정 2021-08-03 02:36

임대차법 개정 1년 평가와 과제

[왜냐면]
김남근 |
변호사·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장

개정 임대차법 시행 1년이 되며, 그 성과와 부작용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극명하게 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전 57% 정도이던 갱신율이 78%까지 올라가고 갱신 계약의 76.5%에서 5% 이하 수준으로 임대료가 정해지고 있어서, 갱신 임대차에서는 임대차 안정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말 아파트 전세가격이 법 시행 전인 작년 동월 대비 10.27% 인상되어 일부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갱신과 신규 임대차 사이에 2억~4억원씩 이중 전세가격이 형성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모든 원인을 임대차법 개정에 돌리며 임대차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저금리로 전세의 월세화가 강화되고 과잉 유동성으로 크게 오른 아파트 가격이 전세가격을 끌어올려 2020년 상반기에는 전세가격마저 급하게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여당으로서도 정치적 갈등으로 늦추어져 왔던 임대차 안정화법을 더 늦추지 않고 도입한 측면이 있다.

임대차법 폐지는 계약 갱신 보장과 임대료 인상률 규제와 같은 임대차 안정화 입법을 강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의 대도시 지역은 1960년대 이래 계속하여 임대차 안정화 입법을 시행하고 있다. 대처리즘 이후 임대차 규제를 대폭 완화해왔던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도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자 임대료 규제를 재도입하고 있다. 더블린은 2016년 임대료 과열지구를 지정하여 그 안에서는 임대료를 규제하는 정책을 도입하였고, 임대료 규제 완화로 임대료가 크게 상승하여 비판을 많이 받아왔던 런던도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시장이 임대료 규제 재도입을 공약하고 있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조심스럽게 갱신과 신규 임대차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신규 임대차에 대해서도 임대료 규제를 도입하는 논의를 꺼내고 있다. 임대주택의 신축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신규 임대차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규제하지 않던 서구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과잉유동성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젊은층의 대도시 인구 유입으로 임대료가 오르자 신규 임대차도 규제하고 있다. 600만 대도시인 파리는 2015년 신규 임대차에 대해서도 임대료기준지수(IRL) 한도 내에서만 임대료를 정하도록 규제를 시작하였다. 500만의 베를린, 쾰른 등 독일의 5대 도시는 2015년 3월 신규 임대차도 지역 상례적 임대료(4년 평균)의 10% 이상 임대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2019년 5월부터 베를린과 같이 지역 준거임대료의 10% 이하로 신규 임대차 임대료를 규제하고 있다. 850만의 뉴욕은 매년 임대료 인상 가이드라인 이하로 강력하게 임대료를 규제하지만, 신규 임대차는 기존 임대료보다 20%까지 더 받는 보너스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에 신규 임대차에 대해서도 기존 임대차와 동일하게 임대료 인상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개정 임대차법 시행 뒤 갱신된 임대차의 2년 종기가 도래하는 2022년 8월 이후에는 신규 임대차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대로 방치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서구 유럽과 미국 대도시 정치권에서는 임대료 수익 저하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론과 임대료 안정으로 임차인을 구축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항상 맞서고 있으나, 그래도 때를 놓치지 않고 유연한 합의로 필요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뉴욕의 임대차 안정화법은 1947년, 1974년, 1987년 이전 등 주택 연도마다 적용법이 다른데,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신축 주택에 대해서는 새로운 임대차 규제에서 제외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주택이 항상 부족한 대도시이지만, 공실률 5%를 초과하면 실효하는 한시법으로 합의를 해놓고 지금까지 법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 신규 임대차 규제는 젊은층의 유입으로 임대주택이 항상 부족한 파리, 뉴욕,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에서만 도입되는 정책이라는 점도 시사적이다. 우리 정치권도 임차인에게는 절박한 생존의 현장인 임대주택에 대해 날 선 이념의 대립과 정쟁으로 시간만 낭비하지 말고 최선 또는 최소의 범위에서라도 신규 임대차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때늦지 않게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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