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정현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교사·<교사내전> 저자
“국어쌤이 왜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셨어요?” 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는 최근 한 주간 고교학점제를 적용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다. 드론을 분해 조립하는 실무교육을 진행하는 드론 시간에 갑자기 전공과 상관없는 국어 교사가 들어와서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마이스터고’라 불리는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우선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함으로써 일정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으로 인정받는데, 대학교 교육과정처럼 본인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교과목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한다는 좋은 취지로 탄생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학사 기준을 ‘학점’으로 바꾸며 졸업 이수 기준을 완화하였는데, 학생의 최소 학업 성취율(40% 이상)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보충 이수 시간을 1주일간 부여했다. 문제는 바로 이 시간이다.
교육부가 말하는 보충 이수 시간은 성취율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1주일간 별도 과제를 수행하거나 보충 과정을 두어 학생 스스로 미흡한 과정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으로서는 기존 학사 운영과 비교해 소위 말하는 노는 시간(?) 1주일이 생김으로써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드론 과에 재학 중인 일부 학생은 보충수업의 명목으로 외부로 실습하러 간다. 식물과는 농장으로, 식품과는 연구소로, 동물과는 사육장으로 나가는 식이다. 문제는 모든 전공 교사가 합심하여 학생의 최소 학업 성취율을 상회하기 위한 노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외부 작용으로 실습이 취소되는 경우다. 즉, 다른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활용한 수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급 전체가 학교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다른 학급과의 형평성을 위해 교과 진도를 나가지도, 수행평가를 하지도 못한다. 말 그대로 학생이 방치되는 것이다.
더욱더 큰 문제는 교육부 취지대로 보충 이수 시간에 실습을 나간 경우다. 해당 드론 시간을 담당하는 교사가 외부 실습을 나갔다면서 전공과 상관없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떠넘기는 경우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드론을 담당하는 교사의 수업을 국어나 수학 교사가 보강을 들어간들 그 교사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는 안 그래도 학기말시험 이후에는 교실 수업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교사가 아무리 수업에 열과 성을 다한다 해도 이미 시험을 치른 학생으로서는 교사의 말이 자장가로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물며 정규수업 시간에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1주일간의 보충 이수 시간은 또 다른 교실 수업의 파행으로 이어짐이 틀림없다.
“이번 시간은 자율학습인가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럴 때면 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