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ㅣ 민주노총 전북본부 미소유니온 조합원
제가 태어나서 처음 다닌 회사는 직원 수가 5명을 왔다 갔다 하는 작은 회사였습니다. 처음 다니는 회사이니만큼 여러 걱정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맡은 일을 성실히 해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괴롭힘이 알게 모르게 시작됐을 때, 작은 회사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혼자서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연차휴가를 비롯한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 권리가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적용받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가해자인 대표와 싸울 때 나라에서 지켜주는 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적이었습니다.
5인 미만 회사의 사정은 대체로 노동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근무기간으로 노동조건의 부당함을 넘기는 형태입니다. 실제 저의 첫 회사는 이곳이 첫 회사인 직원이 대다수였습니다.
회사 대표는 처음에 ‘우리 회사는 야근수당이 없다’고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야근 없이 끝낼 수 없는 업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1년 동안은 수당을 주지 않아도 야근을 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강압적인 분위기, 한편으로는 ‘프로 의식을 가져라’라는 식의 가스라이팅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업무를 빠르게 끝내지 못했을 때는 저를 질책하며 다른 직원에게 제 험담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근로계약서에 쓰여 있는 휴게시간 외에 화장실을 다녀오면 ‘왜 휴게시간에 다녀오지 않냐’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휴게시간에 제대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꼭 휴게시간에 회의를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속 야근 눈치를 주면서 많은 업무를 주길래 야근을 하지 않으며 업무를 진행했지만, 회사는 정해진 시간에 마감을 못 했다는 이유로 ‘업무지시 불이행과 근무태만’으로 징계위원회를 소집했습니다. 징계위에는 다른 회사의 대표도 있었으며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며 고소를 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찾아봤는데 근로기준법에 쓰여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 또한 5인 미만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진정을 제기하던 시점에는 직원 수가 가까스로 5인을 넘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5인이 넘지 않았으면 저는 진정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고소 협박과 기본권 침해 및 괴롭힘을 견뎌야 했을 겁니다. 물론 진정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표가 가해자인 경우에는 제대로 된 조사나 처벌이 이뤄질 수도 없었다는 사실 역시 오래지 않아 알게 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뿐이 아니라 연차에 관해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5인 이상이 되어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일 때도 대리급 이상만 연차를 사용했으며, 추후에는 연차가 아니라 한달 내 목표치 업무량을 끝낼 때 받는 포상휴가 형식으로 부여했습니다.
저는 제가 겪은 괴롭힘에 맞서 노동조합에 1인 조합원으로 가입해 맞서 싸웠고, 덕분에 많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회사는 오후 6시30분 퇴근도 6시로 바꾸었으며 야근 이야기도 안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운 좋게 해결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많은 5인 미만 회사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부당해고를 다툴 수도 없고, 연차를 써서 제대로 쉴 수도 없고, 초과노동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현재 있는 법이라도 적용되어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