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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보존과 개발의 도시재생 가능하다

등록 2021-08-17 04:59수정 2021-08-17 08:15

[왜냐면] 박순붕

한국보전건축연구소 대표

개발 시대를 겪으면서 이루어진 주택 정책들은 노후화된 건물이 대상이었으며 재정비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주목적을 두었다. 주택재개발이라는 정책은 도시미관 정비를 목적으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낙후된 소규모 구역 주택 위주의 중구난방 사업으로 시행이 되었다. 그리고 졸속 개발 시대 습성을 그대로 답습하여 전면철거 뒤 신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뒤 이러한 주택재개발 사업을 대처할 새로운 정책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2002년부터 2011년까지를 그 시행 시기로 보는 도시재정비촉진사업, 곧 뉴타운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여러개의 재개발 구역을 하나로 묶어 시행하다 보니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 또한 방식은 전면철거 뒤 신축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은 뉴타운 공약이 판세를 좌우하다시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으며 선거 이후엔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뉴타운 계획을 유보했다. 한편, 이 사업의 결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보궐선거로 당선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도시개발을 탈피하여 리모델링 및 수선 등 소규모 사업으로 진행하는 보존 위주의 도시재생 정책에 집중하게 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의한 도시재생의 정의를 살펴보면 지역역량 강화, 새로운 기능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 활용을 통하여 쇠퇴하는 도시를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걸 말한다. 이것은 도시재생이 무조건 보존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뉴타운 개발이 됐든 도시재생이 됐든 결국은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개발과 보존이 양립하는 가운데 서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전임 박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을 향한 오세훈 후보의 집중포화가 있었고 그가 시장이 되면 이전 정책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자연스럽게 예상이 됐다. 막상은 도시재생 사업은 유지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보존’에서 ‘개발’ 위주로의 전환은 선명해 보인다. 이전의 도시재생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그가 비판했던 전임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을 (적어도 대외적으로) 완전히 폐지하지 못한 데에는 어쩌면 서울시가 지난 4월 시민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도 한몫한 것 같다. 응답자의 73.1%가 도시재생 필요성에 공감했고, 사업 방식은 개발·보존결합이 42.6%, 개발이 31.0% 그리고 보존·관리가 26.4%였다. 여기서 문제는 도시재생에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73.6%에 달했다고 서울시가 강조한 것이다. 도시재생에 있어서 개발은 31.0%였는데 은근슬쩍 개발·보존결합 42.6%에 산입해버리면서 개발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런 식이라면 무려 69%가 반대로 보존을 원한다는 해석도 틀리지 않게 된다.

오세훈 시장은 현재의 시청사를 신축하며 근대건축문화재로 등록된 구 서울시청사의 일부인 태평홀이 철거될 당시의 시장이기도 했다. 그의 보존 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오 시장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려 하고 정작 서울시민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 못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보존과 개발은 단어적으로 분명 대립 관계다. 하지만 도시재생 정책은 대립하여 양립하지 못하는 이 두 관계를 병립 관계로 만들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실패한 정책 아니냐는 일부의 물음 앞에 우리에게 도시재생이란 진정 무엇인지를 오히려 원초적으로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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